대지한한大知閑閑 - 큰 지혜는 여유롭고 한가롭다.
대지한한(大知閑閑) - 큰 지혜는 여유롭고 한가롭다.
큰 대(大/0) 알 지(矢/3) 한가할 한(門/4) 한가할 한(門/4)
사람은 누구나 귀한 존재다. 그렇다고 어디에나 제일은 아니다. 그런데도 거짓으로 꾸며서 그럴듯하게 보이려는 병을 쳇병이라 할 정도로 ‘아는 체, 있는 체, 잘난 체’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한 분야에서 크게 잘 하는 것도 아니면서 앞에 나서는 이런 사람이 各者以爲大將(각자이위대장)이다. 반면 큰 지혜를 가진 사람은 잔재주를 보이지 않으므로 어리숙하게 보인다고 大智若愚(대지약우)라 했다. 이것은 최고로 치는 싸움닭이 마치 나무로 만든 닭과 같다고 木鷄養到(목계양도)라 한 것과 통한다. 겉으로 어리석게 보여도 감춰진 위세에 근접하지 못하는 경지가 느껴지는 것을 말한다. 木鷄(목계)는 ‘莊子(장자)’의 達生(달생)편에서 유래했다.
앞서 나오는 齊物論(제물론)편에서는 지식이나 진리의 문제를 깊이 있게 다뤄 난해한 구절이 많기로 알려져 있다. 두 번째 절에 있는 ‘큰 지혜는 여유롭고 한가롭다(大知閑閑/ 대지한한)’는 말은 특히 많이 인용된다. 큰 지혜를 지닌 사람은 혼자 있을 때나 다른 사람과 어울릴 때나 여유롭고 담담한데 남의 약점을 캐거나 이기려고 파고들지도 않기 때문이다. 반면 바로 뒤의 ‘작은 지혜는 꼼꼼하고 자세하다(小知間間/ 소지간간)’는 말은 조금 아는 것으로 시시콜콜 따지기 좋아하지만 조금만 막혀도 안절부절 못하게 된다는 뜻이다.
바로 이어지는 것이 ‘큰 말은 기세가 대단하고 보잘것없는 말은 공연히 수다스럽다(大言炎炎 小言詹詹/ 대언염염 소언첨첨)’이다. 짧은 구절이라도 큰 말은 감동을 주고 되씹게 하는데 구구절절 수다스런 말은 남는 것이 없다는 이야기다. 詹은 이를 첨, 수다스럽다는 뜻도 있다. 늘 경계하는 말을 남긴 조선 중기 학자 許穆(허목)의 ‘記言序(기언서)‘에도 말을 줄이라는 것이 나온다. ’말을 많이 하지 말고 일을 많이 벌이지 말라(毋多言 毋多事/ 무다언 무다사), 말이 많으면 실패가 많고 일이 많으면 손해가 많다(多言多敗 多事多害/ 다언다패 다사다해).‘
‘말이 많으면 쓸 말이 적다’는 속담 위에 ‘말 많은 집은 장맛도 쓰다’고 했다. 한자 표현은 言甘家 醬不甘(언감가 장불감)이다. 필요한 말은 一語値千金(일어치천금)이라고도 했다. 말뿐이 아니고 겉으로 드러내려 노력하는 대신 속으로 재주와 실력을 갖추는 일이 중요하다. 실제 뛰어난 재주를 가진 사람은 저절로 드러나게 마련이라 어리숙하게 보이게 하는 것이 더 어렵다고 難得糊塗(난득호도)란 성어도 있는 판이다. 말로써 말이 많은 동네에서 쓸 말만 할 수 있게 다시 한 번 생각했으면 좋겠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