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증주인盜憎主人 - 도둑이 주인을 미워하다, 간사한 사람이 바른 사람을 싫어하다.
도증주인(盜憎主人) - 도둑이 주인을 미워하다, 간사한 사람이 바른 사람을 싫어하다.
도둑 도(皿/7) 미울 증(心/12) 주인 주(丶/4) 사람 인(人/0)
남의 물건을 슬쩍 하는 도둑을 두둔하는 사람은 없다. 도둑을 梁上君子(양상군자)라 칭한 중국 後漢(후한)의 학자 陳寔(진식)은 칭찬보다 교화하기 위한 표현이었다. 하지만 핑계 없는 무덤이 없듯이 자신은 떳떳하게 富(부)의 균등화에 힘쓰는 사람이라 고개 쳐든다. 孔子(공자)에 호통 쳤던 흉악한 두목 盜跖(도척, 跖은 발바닥 척)은 聖勇義知仁(성용의지인) 다섯 가지 도를 지닌 것이 도적이라 했다. 이러니 도둑이 미워하는 것(盜憎)은 당연히 재물을 얻지 못하게 하는 주인(主人)이다. 자기의 앞날에 걸리적거리는 자는 바른 사람이라도 미워하는 존재가 된다.
春秋時代(춘추시대) 晉(진)나라는 文公(문공)때 전성기를 누리다 세력이 많이 약화됐다. 厲公(여공)에 이르러선 군사력을 거머쥔 三郤(삼극, 郤은 틈 극)이 권력을 휘둘렀다. 이들은 郤錡(극기), 郤犨(극주, 犨는 흰소 주), 郤至(극지)의 삼형제로 조정을 장악하고 있으면서도 항상 伯宗(백종) 등 바른 말을 하는 충신들을 이간하기 바빴다. 백종은 선대부터 큰 공을 세운 대부였는데 사람됨이 강직하여 왕에 삼극의 권력을 억누르라고 간언했다. 하지만 주색에 빠진 여공이 듣지 않았고, 오히려 백종은 작은 허물을 뒤집어씌운 삼극의 모략에 의해 끔찍한 죽음을 당했다.
左丘明(좌구명)이 쓴 ‘左氏傳(좌씨전)’에는 백종이 조정에 들어갈 때마다 그의 처가 주의시킨 말에 성어가 나온다. ‘도적은 집 주인을 미워하고, 백성은 윗사람을 싫어하는 법입니다. 당신은 바른 말을 하기를 좋아하니 반드시 화를 당하고야 말 것입니다(盜憎主人 民惡其上 子好直言 必及於難/ 도증주인 민오기상 자호직언 필급어난).’ 부인의 이 말은 바른 말을 하여 화를 부른다는 直言賈禍(직언고화)의 유래도 된다. 백종은 부인의 당부에도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됐지만 이전의 왕을 잘 보필한 말로 다른 성어도 남겼다. 鞭長莫及(편장막급), 채찍이 길어도 닿지 않으면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잘못을 저지른 자가 도리어 기세를 올리고 큰 소리를 친다고 ‘도둑이 매를 든다’고 했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도리에 맞지 않는 일을 꾸미는데 부당하다고 나서는 반대파는 온갖 핑계를 덮어 씌워 제거한다. 작은 도둑은 잡혀도 큰 도둑은 풀려난다는 말대로 성공할 수도 있다. 간악한 사람이 바른 사람을 밀어내고 획책한대로 일을 처리한다고 해도 명심할 일이 있다. ‘하늘의 그물은 엉성해 보이지만, 결코 빠져나가지는 못한다(天網恢恢 疎而不漏/ 천망회회 소이불루),’ 道德經(도덕경)의 말이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