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패위간狼狽爲奸 - 흉악한 무리들이 나쁜 일을 꾸미다.
낭패위간(狼狽爲奸) - 흉악한 무리들이 나쁜 일을 꾸미다.
이리 랑(犭/7) 이리 패(犭/7) 하 위(爪/8) 간사할 간(女/3)
狼狽(낭패)라는 말이 들어가 순조로운 것을 나타내는 경우가 드물다. 기대했던 일이 틀어질 경우는 낭패스럽다고 한다. 계획한 일이 실패로 돌아갔을 땐 낭패를 당했다고 한다. 狼(낭)과 狽(패) 모두 이리라는 사나운 동물을 나타내는 글자인데 실제 모양은 많은 차이가 있는 전설상의 존재라 했다. 즉 낭은 앞발은 길고 뒷발은 아주 짧아 혼자서는 서지 못하고, 패는 앞다리가 짧아 혼자 걷지 못한다.
낭은 또 꾀가 부족하나 용맹하고, 패는 꾀가 있는 대신 겁이 많다고 한다. 그러니 이 둘은 항상 붙어 다녀야 사냥도 하고 맹수를 만나면 피할 수 있어 마음이 틀어지면 둘 다 무사하지 못하다.
어느 때 낭과 패가 함께 양을 훔치러 갔다. 높고 튼튼한 울타리가 막아서 넘어갈 수도 없고 자기들 힘으로는 부수고 들어갈 수도 없었다. 꾀가 많은 패가 묘수를 냈다. 뒷다리가 긴 패가 앞다리 짧은 낭을 자신의 목에 올라가게 한 뒤 울타리를 넘게 했다. 긴 앞발로 우리를 넘어간 낭은 양을 훔쳐 나와 패와 함께 끌고 가는데 성공했다. 唐(당)나라 때의 학자 段成式(단성식)의 수필집 ‘酉陽雜俎(유양잡조)‘에서는 이 이야기를 들어 ’세상에서는 일을 어그러뜨리는 사람을 낭패라고 칭한다(世言事乖者稱狼狽/ 세언사괴자칭랑패)‘고 했다.
낭과 패(狼狽)가 서로 도와 양을 훔치는 나쁜 일을 도모(爲奸)하는 것과 같다고 하여 이 말이 만들어졌다. 꼭 나쁜 일만 아니고 進退兩難(진퇴양난)의 경우에 처했을 때도 사용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곤란한 상태에 빠진 경우 狼狽不堪(낭패불감)이라 한다고 앞서 소개했다. 이 성어는 중국 西晉(서진)의 학자 李密(이밀)의 명문 陳情表(진정표)에서 벼슬을 내린 황제에게 명을 받들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설명하면서 사용됐다. 어릴 때부터 자신을 길러주신 할머니를 떠날 수 없다고 호소한 것이다.
낭패 외에 狡猾(교활)이라는 말도 전설상의 동물에서 나왔다. 교는 간사하고 애태우는 개와 비슷하고 활은 돼지털로 덮인 사람 모양의 간악한 짐승이란다. 남을 속이고 술수가 능한 교활은 마음가짐의 문제이니 멀리 할 수가 있다. 하지만 낭패는 나쁜 일을 도모하지 않았는데도 주위의 사정으로 어쩔 수 없이 닥치는 수가 있다. 사소한 문제에서 일어난 나라 사이의 전쟁이나 그것까지는 아니라도 인접국 간에 완전히 틀어지는 경우다. 낭패를 당하지 않도록 미리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수밖에 없다. / 글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