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5일 화요일

심장불로深藏不露 - 깊이 숨기고 드러내지 않다.

심장불로深藏不露 - 깊이 숨기고 드러내지 않다.

심장불로(深藏不露) - 깊이 숨기고 드러내지 않다.

깊을 심(氵/8) 감출 장(艹/14) 아닐 불(一/3) 이슬 로(雨/13)

남이야 어떻게 보든 사람들은 제각기 긍지와 자존심이 있어 ‘사람마다 저 잘난 맛에 산다’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속에 든 것이나 재주가 별로 없는 사람이 잘난 체 뻐기면 조리돌림 당하기 십상이다. 반면 일반 수준보다 높아도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대로 공격당하고 주저앉는다. 달콤한 물은 너도나도 길어가기 때문에 먼저 마르는 甘井先竭(감정선갈)의 경우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를 대비하여 老子(노자)는 아주 훌륭한 재주를 가진 사람은 그것을 내세우지 않으므로 서툰 것 같다는 大巧若拙(대교약졸)이란 말을 남겼다.

司馬遷(사마천)의 불멸의 역사서 ‘史記(사기)’에는 노자가 공자에게 충고하는 것이 나온다. 노자 韓非(한비)열전의 내용을 보자. 군자란 때를 만나면 수레를 타는 몸이 되지만 때를 만나지 못하면 쑥밭을 떠도는 몸이 된다면서 이어진다. ‘훌륭한 상인은 물건을 숨겨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군자는 덕을 지니고서도 겉모습은 어리석게 보이게 한다(良賈深藏若虛 君子盛德容貌若愚/ 양고심장약허 군자성덕용모약우).’ 禮(예)에 관해 물었을 때 교만과 욕심, 방자함을 버리라고 한 것이다. 그런 말을 듣고서도 공자는 노자가 용과 같아서 종잡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楚世家(초세가)편에 나오는 莊王(장왕)의 三年不飛又不鳴(삼년불비우불명) 이야기도 뜻이 통한다. 장왕은 즉위한 뒤 삼년 동안 간언하는 신하에게 극형에 처하겠다며 자신은 향락을 일삼았다. 목숨을 건 대부의 직간으로 삼년 후 직접 정무를 챙길 때 먼저 간신 수백 명을 쳐냈다. 자신의 속마음을 숨기고 신하들의 성향을 알아보려 한 계책이 들어맞아 부강한 나라를 만들었고 장왕은 春秋五覇(춘추오패)로 이름을 올렸다.

‘노자’ 제45장 洪德章(홍덕장)에는 대교약졸의 앞뒤에도 같은 뜻의 비유를 내세우고 있다. 크게 이룬 것은 모자라는 것 같지만 그 쓰임이 끝남이 없고, 가득 찬 것은 빈 것 같으나 다함이 없다. ‘아주 곧은 것은 굽은 것 같고, 크게 교묘한 것은 서툰 것 같고, 아주 말 잘하는 것은 더듬는 것 같다(大直若屈 大巧若拙 大辯若訥/ 대직약굴 대교약졸 대변약눌).’ 잘 하는 것을 모두 내세우지 않고 숨기고 있다.

큰 지혜를 가진 사람은 공명정대하여 잔재주를 부리지 않으므로 언뜻 보기에는 어리석게 보인다. 이런 사람이 숨은 인재일 때가 많다. 허리를 굽힐 줄 아는 사람이 진정 강한 사람이고 말을 청산유수같이 못해도 진정성을 담아 전달하는 사람이 뛰어난 웅변가다. 이런 감춘 재능의 사람을 찾아내어 일을 맡기면 술술 난제가 풀릴 텐데 그런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은 드물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