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무장물別無長物 – 필요한 물건 외에 남는 물건이 전혀 없다, 검소한 생활
별무장물(別無長物) – 필요한 물건 외에 남는 물건이 전혀 없다, 검소한 생활
다를 별(刂/5) 없을 무(灬/8) 긴 장(長/0) 물건 물(牛/4)
재물은 얼마가 있으면 만족할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고, 모든 불행은 여기서 나온다. 그래서 깨우치는 동서양의 금언도 많다. 현명한 자가 재물이 많으면 그 뜻을 잃고, 어리석은 자가 재물이 많으면 그 과오를 더한다고 했다. 재화는 오물과 같이 쌓여 있을 때에는 냄새를 피우고, 뿌려졌을 때엔 땅을 기름지게 한다고도 말했다. 이 세상에 올 때 빈손으로 왔듯이 갈 때도 빈손으로 가는 空手來空手去(공수래공수거) 인생이다. 불교 禪宗(선종) 惠能(혜능) 조사의 偈(게)에서 나왔다는 本來無一物(본래무일물)이란 말은 본래 아무 것도 없었으니 그대로 지키는 무소유의 경지를 비유했다.
이런 성어보다는 덜하지만 아주 필수적인, 몸에 없어서는 안 되는 물건 외에는 남아도는 물건(長物)이 더 이상 없다(別無)는 이 성어도 몹시 검소하거나 지극히 가난한 생활을 나타냈다. 중국 唐(당)나라 때 太宗(태종)의 지시로 房玄齡(방현령) 등이 편찬한 ‘晉書(진서)’에 유래가 실려 있다. 東晉(동진, 317~419) 시대에 王恭(왕공)이란 사람은 청렴하고 지조가 있어 주위에서 큰 인물이 될 것이라며 칭찬하기 바빴다.
어느 때 부친 王蘊(왕온, 蘊은 쌓을 온)의 임지인 會稽(회계)지역으로 따라가 지내게 되었어도 검소한 생활은 변하지 않았다. 하루는 친척이자 막역하게 지내는 王忱(왕침, 忱은 정성 침)이 찾아와 반갑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왕침은 왕공이 앉은 회계지방의 특산 여섯 치나 되는 새 대자리를 보고, 많이 있으면 자기에게 한 장 달라고 했다. 그러자 즉석에서 응낙하고 왕공은 竹席(죽석)을 내주었다. 사실은 왕공도 그 한 장 뿐이어서 그 뒤로는 짚으로 엮은 방석을 깔 수밖에 없었다. 후일 사실을 알게 된 왕침이 자리가 많은 줄 알고 그랬다며 사과한 뒤 그 연유를 물었다. 왕공은 웃으며 ‘나는 평생 남아도는 물건이 없는 사람이라네(吾平生無長物/ 오평생무장물)’라고 대답했다.
모두들 꼭 필요한 물건 외에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면 그 이상 좋을 수 없는 사회지만 그런 사람은 소수다. 그렇더라도 정당하지 않게 재산을 불려 나갈 때는 지탄받기 마련이다. 특히 부유층이나 국민의 세금을 쓰는 공직자들은 이 말을 명심해야겠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