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4일 일요일

불가사의不可思議 - 생각할 수도 헤아릴 수도 없는 야릇한 일

불가사의不可思議 - 생각할 수도 헤아릴 수도 없는 야릇한 일

불가사의(不可思議) - 생각할 수도 헤아릴 수도 없는 야릇한 일

아닐 불(一/3) 옳을 가(口/2) 생각 사(心/5) 의논할 의(言/13)

\xa0

사람의 머리로는 도저히 생각할 수도, 미루어 헤아릴 수도 없는 것이 있다. 있지만 상식으로는 미치지 못할 이상하고 야릇한, 그래서 바로 不可思議(불가사의)라 이름 붙였다. 不可知解(불가지해)도 같다. 세상에는 수없이 상상이 안 되는 야릇한 일이 많아서인지 이 이름을 붙여 통용되는 말이 제법 많다.

\xa0

경험도 많지 않으면서 겪지 못한 이상한 일이 닥치면 불가사의한 일이라 간단히 규정한다. 온갖 기기묘묘한 대상물에는 어떻게 생겨났는지 설명이 안 돼 7대 불가사의라고 일괄한다. 소수점 이하 아주 작은 숫자가 있는 만큼 큰 숫자도 있어 10의 무려 64승이나 되는 것이 불가사의다. 하지만 이름에 걸맞게 사용된 곳은 여러 불경에 등장하니 불교가 아닐까.

\xa0

불교에서 말하는 불가사의는 산스크리트(Sanskrit)어로 ‘생각할 수 없는’, ‘상상할 수도 없는’, ‘상상할 수 없는 자’라는 뜻의 아신티아(Acintya)에서 왔다고 한다. 뜻 그대로 말로 표현하거나 마음으로 생각할 수 없는 오묘한 이치나 가르침을 뜻했다.

\xa0

華嚴經(화엄경)을 비롯한 여러 경전에서 불가사의품을 비롯해 부처의 몸이나 지혜, 가르침은 불가사의하여 중생의 몸으로는 헤아릴 수 없다는 뜻으로 사용됐다고 설명한다. 언어로 나타내지도 못하는 신묘한 깨달음의 경지, 불가사의를 믿음이 부족한 중생들은 더 근처도 못 가니 이 말이라도 기억해두자. ‘부처의 지혜는 허공처럼 끝이 없고, 그 법인 몸은 불가사의하다.’

\xa0

숫자로서 큰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많을 때 비유적으로 億萬(억만)으로 쓴다. 그 위의 10의 12승인 兆(조)나 16승의 京(경) 까지는 예산의 아득한 숫자로 그래도 익다. 더 큰 수로는 垓(해) 秭(자) 穰(양) 溝(구) 澗(간) 正(정) 載(재)로 10의 4승씩 커져 極(극)은 10의 48승이다.

\xa0

64승인 불가사의가 되려면 아직 멀었다. 恒河沙(항하사)가 10의 52승, 阿僧祇(아승기)가 56승, 那由他(나유타)가 60승이며 불가사의보다 큰 수는 크기가 없는 無量大數(무량대수)로 10의 68승이 된다. 신비한 대상물을 가리키는 7대 불가사의는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데 고대와 현대에 모두 포함되는 것은 이집트의 피라미드(pyramid)와 파로스(pharos) 등대다.

\xa0

불교의 가르침에서나 오래전부터 전해졌던 신비한 건축물 불가사의는 경외의 마음으로 바라볼 수가 있다. 하지만 실생활에 도저히 상식적으로 잘 이해되지 않는 불가사의가 빈번히 나타난다. 이 말을 했다가 언제 그랬느냔 듯 뒤집고, 법을 예사로 어기고도 부끄러워 하기는 커녕 되레 큰소리친다. 특히 정치권에서 자주 나타나는 불가사의 현상은 신비로운 관심을 끄는 것과는 거리가 있고 일반의 혐오감만 키울 뿐이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