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사의不可思議 - 생각할 수도 헤아릴 수도 없는 야릇한 일
불가사의(不可思議) - 생각할 수도 헤아릴 수도 없는 야릇한 일
아닐 불(一/3) 옳을 가(口/2) 생각 사(心/5) 의논할 의(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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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머리로는 도저히 생각할 수도, 미루어 헤아릴 수도 없는 것이 있다. 있지만 상식으로는 미치지 못할 이상하고 야릇한, 그래서 바로 不可思議(불가사의)라 이름 붙였다. 不可知解(불가지해)도 같다. 세상에는 수없이 상상이 안 되는 야릇한 일이 많아서인지 이 이름을 붙여 통용되는 말이 제법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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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도 많지 않으면서 겪지 못한 이상한 일이 닥치면 불가사의한 일이라 간단히 규정한다. 온갖 기기묘묘한 대상물에는 어떻게 생겨났는지 설명이 안 돼 7대 불가사의라고 일괄한다. 소수점 이하 아주 작은 숫자가 있는 만큼 큰 숫자도 있어 10의 무려 64승이나 되는 것이 불가사의다. 하지만 이름에 걸맞게 사용된 곳은 여러 불경에 등장하니 불교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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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에서 말하는 불가사의는 산스크리트(Sanskrit)어로 ‘생각할 수 없는’, ‘상상할 수도 없는’, ‘상상할 수 없는 자’라는 뜻의 아신티아(Acintya)에서 왔다고 한다. 뜻 그대로 말로 표현하거나 마음으로 생각할 수 없는 오묘한 이치나 가르침을 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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華嚴經(화엄경)을 비롯한 여러 경전에서 불가사의품을 비롯해 부처의 몸이나 지혜, 가르침은 불가사의하여 중생의 몸으로는 헤아릴 수 없다는 뜻으로 사용됐다고 설명한다. 언어로 나타내지도 못하는 신묘한 깨달음의 경지, 불가사의를 믿음이 부족한 중생들은 더 근처도 못 가니 이 말이라도 기억해두자. ‘부처의 지혜는 허공처럼 끝이 없고, 그 법인 몸은 불가사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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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서 큰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많을 때 비유적으로 億萬(억만)으로 쓴다. 그 위의 10의 12승인 兆(조)나 16승의 京(경) 까지는 예산의 아득한 숫자로 그래도 익다. 더 큰 수로는 垓(해) 秭(자) 穰(양) 溝(구) 澗(간) 正(정) 載(재)로 10의 4승씩 커져 極(극)은 10의 48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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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승인 불가사의가 되려면 아직 멀었다. 恒河沙(항하사)가 10의 52승, 阿僧祇(아승기)가 56승, 那由他(나유타)가 60승이며 불가사의보다 큰 수는 크기가 없는 無量大數(무량대수)로 10의 68승이 된다. 신비한 대상물을 가리키는 7대 불가사의는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데 고대와 현대에 모두 포함되는 것은 이집트의 피라미드(pyramid)와 파로스(pharos) 등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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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가르침에서나 오래전부터 전해졌던 신비한 건축물 불가사의는 경외의 마음으로 바라볼 수가 있다. 하지만 실생활에 도저히 상식적으로 잘 이해되지 않는 불가사의가 빈번히 나타난다. 이 말을 했다가 언제 그랬느냔 듯 뒤집고, 법을 예사로 어기고도 부끄러워 하기는 커녕 되레 큰소리친다. 특히 정치권에서 자주 나타나는 불가사의 현상은 신비로운 관심을 끄는 것과는 거리가 있고 일반의 혐오감만 키울 뿐이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