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 금요일

우각괘서牛角掛書 – 쇠뿔에 책을 걸다, 열심히 공부하다.

우각괘서牛角掛書 – 쇠뿔에 책을 걸다, 열심히 공부하다.

우각괘서(牛角掛書) – 쇠뿔에 책을 걸다, 열심히 공부하다.

소 우(牛/0) 뿔 각(角/0) 걸 괘(扌/8) 글 서(曰/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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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독서 인구가 점차 줄어든다고 걱정들이 많다. 하지만 도서관이나 서점마다 독서하는 사람들로 꽉 차고, 출판사마다 불황이라 해도 계속 책이 나온다. 지하철에서 신문이나 책 읽는 모습은 자취를 감췄어도 여전히 책을 사랑하고 책으로 지혜를 얻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기 때문일 것이다. 책이나 독서에 관한 선인들의 좋은 경구는 차고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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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가 따르는 성어도 많은데 반딧불과 눈빛으로 책을 읽었다는 螢窓雪案(형창설안)이나 잠을 쫓기 위해 머리카락을 매달고 넓적다리를 찌르는 懸頭刺股(현두자고), 마당에 널어놓은 보리가 소나기에 떠내려가는 줄도 모르고 책을 읽었다는 高鳳流麥(고봉유맥) 등이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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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성어에 못지않게 쇠뿔(牛角)에 책을 건다(掛書)는 이 말은 길을 가면서도 책에서 눈을 떼지 않은 李密(이밀, 582~618)의 이야기에서 나왔다. 이밀은 隋(수)나라 때의 명문가 출신으로 어릴 때부터 포부가 커 천하를 구하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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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음덕으로 煬帝(양제, 煬은 녹일 양)의 하급관리로 있다가 병으로 사직하고 고향에서 독서에 전념했다. 어느 때 평소 존경하던 학자 包愷(포개)가 살고 있는 곳을 알아내고 먼 길을 가면서도 책을 읽을 방법을 찾다가 묘안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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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갯버들을 뜯어 안장을 엮은 뒤 소의 등에 얹고, 양 뿔에 읽던 한서 책을 걸고서는 가면서 책을 읽었다(以蒲韉乘牛 掛漢書一帙角上 行且讀/ 이포천승우 괘한서일질각상 행차독). 蒲는 부들 포, 韉은 언치 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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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으로는 고삐를 잡고 다른 손으로는 책을 읽는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그 때 길을 지나던 재상 楊素(양소)가 보고 기이하게 여겨 무슨 책을 보고 있느냐고 물은 뒤 자신의 아들과 교유하도록 했다. 歐陽修(구양수) 등이 엮은 ‘新唐書(신당서)’의 이밀전에 실려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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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밀의 후일은 그러나 탄탄대로가 아니었다. 양소의 아들 밑에 모사로 들어갔다가 계책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반란 집단에 가담하게 되었고, 唐(당)나라에 귀순한 뒤 다시 반란을 일으켰다가 결국 36세 되는 해 살해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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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아껴 오로지 공부에만 전념한 결과가 허무하다. 학문 외의 세상 흐름에 너무 무심하고 자기 길만 옳다고 여긴 결과가 아니었을까. 열심히 공부하는 태도만은 본받을 일이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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