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1일 목요일

부승치구 負乘致寇 - 짐을 지고 수레를 타면 도적을 부른다, 분수에 맞지 않으면 재앙을 가

부승치구 負乘致寇 - 짐을 지고 수레를 타면 도적을 부른다, 분수에 맞지 않으면 재앙을 가져 온다. 

부승치구 (負乘致寇) - 짐을 지고 수레를 타면 도적을 부른다, 분수에 맞지 않으면 재앙을 가져 온다.\xa0

질 부(貝/2) 탈 승(丿/9) 이를 치(至/4) 도적 구(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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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의 능력과 분수를 알아야 일을 잘 처리할 수 있다. 재주도 없으면서 주제넘게 이러쿵저러쿵한다면 ‘난쟁이 교자꾼 참여한다’며 손가락질 당한다. 욕을 먹으면서도 이런 사람은 어디나 있는 법이라 비유한 성어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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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리를 불 줄 모르는 남곽이 합주단에 들어갔다가 쫓겨난 南郭濫竽(남곽남우, 竽는 피리 우), 짧은 두레박줄로 깊은 우물물을 긷는다는 綆短汲深(경단급심, 綆은 두레박줄 경), 채찍이 길어도 말의 배까지는 이르지 못한다는 鞭長莫及(편장막급) 등이다. 능력이 모자라는 사람이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녹만 축내는 재상은 伴食宰相(반식재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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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이 없는 사람이 과분하게 높은 지위에 있다는 좋은 비유가 ‘周易(주역)’에도 나온다. 모두 64卦(괘)에 각각 음양으로 나눈 爻(효)를 설명한 것이 爻辭(효사)인데 解卦(해괘)의 내용에 있다. ‘짐을 지고 또 수레를 타게 되면 도둑을 부르게 된다(負且乘 致寇至/ 부차승 치구지).’ 어려운 비약이지만 풀이를 들어보면 이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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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레는 신분이 높은 사람이 타는 것인데 소인이 하는 등짐을 지고서 앉아 있으면 남의 것을 빼앗은 것으로 여겨 강도가 달려든다는 이야기다. 등에 짐을 지고 수레에 앉아 있어도 모두 모두 그렇지는 않을 텐데 여전히 아리송하다. 이것을 조선의 실학자 李瀷(이익, 瀷은 물이름 익)이 ‘星湖僿說(성호사설, 僿는 잘게부술 사)’에서 명쾌하게 해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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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현의 경서를 다룬 經史門(경사문)의 負且乘(부차승)이란 제목의 글에는 짐을 지고 앉은 사람이 군자냐, 소인이냐에 대해 말한 것이라며 이렇게 설명한다. 군자도 불우했을 때는 짐을 지는데 고대 중국의 훌륭한 재상 예를 들며 ‘이윤은 친히 밭을 갈았고, 부열은 담 쌓는 품도 팔았다(伊尹躬耕 傅說版築/ 이윤궁경 부열판축)’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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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한 일을 하다 발탁돼 황제의 스승이 되었어도 마음의 변화가 없었으니 짐을 지거나 말을 타도 도적을 불러들일 리가 없다는 것이다. 반면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도 전일의 버릇을 못 고치고 사리를 탐내는 소인이 있었기에 도적을 불러들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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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에 맞는 사람을 자리에 앉혀 일을 처리하게 되면 모든 것이 잘 풀린다고 人事(인사)가 萬事(만사)라고 했다. 깜냥이 안 되는 사람이 어쩌다 수레에 올라앉게 되면 버릇을 남 주지 않고 재물을 챙길 생각만 한다. 사람을 잘못 앉혀 도적을 부른 셈이다. 이런 소인은 좋은 기회가 왔을 때 능력이 안 된다며 사양하는 법이 없다.\xa0

작은 조직에선 조그만 피해로 그치지만 나라 전체로는 영향이 크다. 인사권자가 높은 자리에 앉을 사람에 자기편만 챙기다 청문회에서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하고 국력을 훼손시키는 일이 수시로 일어난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