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0일 수요일

첨취각설尖嘴刻舌 - 뾰족한 입에 각박한 혀, 날카롭고 야박한 말

첨취각설尖嘴刻舌 - 뾰족한 입에 각박한 혀, 날카롭고 야박한 말

첨취각설(尖嘴刻舌) - 뾰족한 입에 각박한 혀, 날카롭고 야박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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뾰족할 첨(小/3) 부리 취(口/12) 새길 각(刂/6) 혀 설(舌/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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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는 뾰족한 입을 가진 새나 짐승의 주둥이를 이르는데 사람에게도 낮춰 부를 때가 있다. 말로만 잘 지껄이거나 말대꾸를 하면 ‘부리를 깐다‘고 할 경우다. 겉보기만 그럴 경우도 있겠지만 새의 부리처럼 튀어나온 뾰족한 입(尖嘴)을 가진 사람은 경망스럽게 야박한 말을 지껄인다(刻舌)는 느낌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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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사람의 관상을 말할 때 긴 목에 뾰족한 입이란 長頸烏喙(장경오훼, 喙는 부리 훼)가 욕심이 많으며 남을 의심하는 마음이 강하다고 하는 것과 같이 좋은 인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다. 얇은 입술로 가볍게 말을 내뱉는 薄脣輕言(박순경언)이나 남을 해치는 말을 잘 한다고 舌劍脣槍(설검순창)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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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어나온 입에 함부로 말한다는 이 성어는 중국에서도 사용한 역사가 길지 않은 듯하다. 淸(청)나라 소설가 李汝珍(이여진, 1763~1830)의 소설에 처음 尖嘴薄舌(첨취박설)로 나타난다고 한다. 사회의 암흑상을 고발하는 내용이라는 ‘鏡花緣(경화연)’이란 소설에서 부분을 옮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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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사 먹으려고 나를 속이고 바둑 두다 시비하는 네가(你既要騙我酒吃 又鬥我圍棋/ 니기요편아주흘 우두아위기), 이렇게 신랄하고 매몰찬 말까지 하다니(偏有這些 尖嘴薄舌的話說/ 편유저사 첨취박설적화설).’ 你는 너 니, 鬥는 싸울 두, 투. 태어날 때 튀어나온 입을 가진 사람이 말까지 콕콕 찌르는 말을 한다고 욕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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뾰족한 입을 갖고 태어난 사람이 이런 선입견을 주어서인지 우리 고전에서는 말을 각별히 조심하는 이야기가 많이 따른다. 첫손에 꼽힐 사람이 조선 초기의 명재상 黃喜(황희)다. 모든 사람의 좋은 점만 본다고 하여 好好先生(호호선생), 싸우는 당사자 모두 옳다고 했다는 三可宰相(삼가재상)의 별호가 따라다니니 당연하다. 중기의 정승 尙震(상진)도 못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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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누구 한쪽 다리가 짧다고 하자 같은 값이면 한 쪽이 길다고 말하게 했단다. 星湖僿說(성호사설, 僿은 잘게부술 사)에 상진이 시구를 고쳐준 일화가 있다. 吳祥(오상)이란 사람이 ‘희황의 좋은 풍속 지금은 쓸어버린 듯한데, 다만 봄바람 술잔 사이에 있을 뿐(羲皇樂俗今如掃 只在春風盃酒間/ 희황요속금여소 지재춘풍배주간)’이라 쓴 구절을 두 글자씩 고친다.\xa0

‘희황의 좋은 풍속 지금도 남았으니, 봄바람에 술잔 사이에서 보아라(羲皇樂俗今猶在 看取春風盃酒間/ 희황요속금유재 간취춘풍배주간).’ 羲皇(희황)은 중국 삼황 중의 伏羲氏(복희씨)를말한다. 부정적인 것이 모두 긍정적으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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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 같은 사실도 표현만 살짝 바꾸니 전혀 다른 뜻이 된다. 나쁜 말 모질게 한다는 튀어나온 입도 아닌데 거친 표현일수록 잘 한다고 박수 받는 곳이 있다. 멀쩡하게 잘 생긴 입으로 상대를 박살낼 듯 몰아붙이는 정치판이다. 이렇게 하다가는 점차 수위가 높아져 서로의 상처만 깊어진다. 같은 말이라도 표현을 달리 하면 얼마든지 정승의 말이 될 수 있다.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곱다(去言美 來言美/ 거언미 내언미)’는 꼬마도 아는 말이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