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면서생白面書生 – 글만 읽어 세상일에는 경험이 없는 사람
백면서생(白面書生) – 글만 읽어 세상일에는 경험이 없는 사람
흰 백(白/0) 낯 면(面/0) 글 서(曰/6) 날 생(生/0)
들에 나가 땀 흘려 일을 해 본 적이 없어 얼굴이 하얗다(白面). 그러면서 집 안에서 글만 읽어(書生) 모르는 것이 없다. 하지만 세상일에는 경험이 전혀 없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모든 일에 잔소리나 하고 나서기 좋아하는 선비를 가리킨다. 이럴 때 먼저 떠오르는 ‘남산골 딸깍발이’란 말이 있다. 옛날 서울 남산 밑에 모여 살던 몰락한 선비들이 가난하여 맑은 날에도 나막신을 신고 다닌 데서 유래했다. 비록 딸깍거리며 가난하게 살아도 고집스럽게 줏대를 지키며 세상 이치는 꿰고 있는데서 허풍선이 서생과는 차이가 난다.
이 말은 처음 말을 타고 전장에 나가 싸우는 검붉은 얼굴의 무관에 비해 집에서 책만 읽어 창백한 문관을 대비한 데서 나왔다. 서기 420~589년 시기는 중국 南北朝時代(남북조시대)이다. 이때는 남북으로 분열되어 한족의 宋(송)나라가 남쪽을, 五胡十六國(오호십륙국)의 혼란을 수습한 北魏(북위)가 북쪽을 차지하여 대치했다. 송나라에 沈慶之(심경지)라는 책략이 뛰어난 무관이 있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무예를 연마하여 뛰어난 기량으로 수없이 반란을 진압하는 공로를 세운 장군이었다.
북위에서 군사를 일으켜 한 지역을 공격해오자 송의 文帝(문제)는 반격할 절호의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고 문신들과 더불어 방법을 논의했다. 그때 심경지가 북벌 실패의 전례를 들어 출병을 반대했다. 국가를 다스리는 일은 집안일에 비유할 수 있다며 말한다. ‘밭가는 일을 알려면 종들에게 물어보고, 베 짜는 일은 하녀에게 물어보아야 하는 법입니다. 지금 폐하께서 적국을 치려고 하면서 어찌 얼굴이 허연 샌님들과 일을 도모하십니까(田事可問奴 織事可問婢 今陛下將欲攻敵國 與白面書生謀之/ 전사가문노 직사가문비 금폐하장욕공적국 여백면서생모지)?’ 문제는 그러나 심경지의 간언을 듣지 않고 출병시켰다가 대패했다. 沈約(심약)이 편찬한 ‘宋書(송서)’ 심경지전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론과 실제를 다 갖춘 인재가 가장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런 사람은 귀할 수밖에 없다. 이론에 정통한 학자들이 실천하는 정책에 나섰다가 낭패를 당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자기 이론만 고집 말고 현장에선 어떤 다른 흐름이 있는지 잘 받아들여야 서생소리를 듣지 않고 실패도 막는다./제공 : 안병화 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