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4일 월요일

광이불요光而不耀 - 빛이 밝지만 번쩍거리지 않는다.

광이불요光而不耀 - 빛이 밝지만 번쩍거리지 않는다.

광이불요(光而不耀) - 빛이 밝지만 번쩍거리지 않는다.

빛 광(儿/4) 말이을 이(而/0) 아닐 불(一/3) 빛날 요(羽/14)

속에 든 것이 변변찮은 사람이 온 세상일을 다 아는 듯이 떠벌리는 사람이 있다. 각 분야에 전문가가 수두룩한 요즘에도 제가 제일이라는 사람은 언젠가는 납작해지기 마련이다. 이런 사람을 쉬운 속담의 비유로 ‘속이 빈 깡통이 소리만 요란하다’고 했다. 겸손을 모르는 사람은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어쭙잖은 실력까지 무시당하기까지 한다. 반면 교양이 있고 속이 꽉 찬 고수는 쉽사리 아는 체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다. ‘벼 이삭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이 이 때 합당하다.

빛을 갖춰 자신이 밝지만(光而) 눈부실 정도로 스스로 번쩍거리거나 빛을 내지 않는다(不耀)는 이 성어도 뜻이 통한다. 자신이 갖고 있는 실력을 아무 데서나 과시하지 않고 주변의 수준에 맞춰야 다른 사람들이 거리감을 갖는다. 老子(노자)의 ‘道德經(도덕경)‘ 58장 順化(순화)장의 뒷부분에 나오는 성인의 태도 구절을 보자. ’반듯하면서도 남을 해치지 않고, 스스로 깨끗하면서도 남에게 상처 입히지 않으며, 곧바르면서도 방자하지 않고, 빛나면서도 번쩍거리지 않는다(方而不割 廉而不劌 直而不肆 光而不耀/ 방이불할 렴이불귀 직이불사 광이불요).‘ 벨 割(할)은 빼앗다, 해치다의 뜻, 劌는 상처입힐 귀, 肆는 방자할 사.

‘荀子(순자)’의 不苟(불구)편에도 비슷한 구절이 있다. ‘군자는 관대하면서도 오만하지 않고, 깨끗하면서 남을 상처주지 않고, 조리 있으면서도 논쟁하지 않고, 살피면서도 과격하지 않다(君子寬而不僈 廉而不劌 辯而不爭 察而不激/ 군자관이불만 렴이불귀 변이부쟁 찰이불격).’ 僈은 얕볼 만.

조화롭게 사람들과 화합하지만 무턱대고 동화하지 않는다는 和而不同(화이부동)은 군자의 마음가짐이고, 소인은 반대로 동화되지만 화합하지는 못한다고 同而不和(동이불화)라 했다. 論語(논어) 子路(자로)편에 나오는 표현이다.

현대는 자기 PR(홍보)시대라면서 틈만 있으면 실력을 발휘하려 한다. 자신의 속에 있는 조그만 빛이라도 광채를 더 내려고 한다. 숨은 빛이 밝으면 스스로 번쩍거리지 않아도 빛 주위로 사람들이 모여드는 법이다. 이런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지 않고, 주변 사람들이 조금 부족하다고 해서 업신여기지 않는다./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