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립계군鶴立鷄群 - 많은 닭 가운데 학이 서 있다, 뛰어나다.
학립계군(鶴立鷄群) - 많은 닭 가운데 학이 서 있다, 뛰어나다.
학 학(鳥/10) 설 립(立/0) 닭 계(鳥/10) 무리 군(羊/7)
두루미라고도 하는 학은 부리와 다리가 길어 우뚝하다. 황새나 백로보다 크고 물가나 풀밭에 주로 살아 언제나 외로워 보인다. ‘천년 맺힌 시름을/ 출렁이는 물살도 없이/ 고운 강물이 흐르듯/ 학이 날은다..’고 未堂(미당) 시인이 노래했듯 고고한 모습에 새 중의 신선이라고 문사들은 찬탄한다. 그래서 이름도 仙禽(선금), 仙馭(선어), 仙鶴(선학) 등 신선이 함께 한다. 이런 학이 홀로 서 있어도(鶴立) 닭의 무리 속(鷄群)이라면 더욱 높아 보일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 중에서 뛰어난 한 사람을 가리킬 때 쓰는 말이다. 같은 뜻으로 좀 더 알려진 말로는 鷄群孤鶴(계군고학), 群鷄一鶴(군계일학)이 있다.
닭의 무리에 우뚝한 학이라는 비유는 晉(진)나라의 嵇康(혜강, 嵇는 산이름 혜), 嵇紹(혜소) 부자를 평한 데서 나왔다. 後漢(후한)이 멸망한 뒤부터 隋(수)가 통일할 때까지의 혼란스런 시기를 魏晉南北朝(위진남북조) 시대(서기 221∼589)다. 이 시기의 선비들은 세상을 등지고 淸談(청담)을 즐기는 사람이 많았다. 대표적인 인물이 竹林七賢(죽림칠현)인데 혜강은 그 중 한 사람으로 문학적 재능이 뛰어났지만 무고하게 죄를 뒤집어쓰고 처형당했다. 당시 열 살이었던 혜소는 부친의 친구 山濤(산도)의 천거로 나중 시중에까지 올랐다. 혜소가 처음 洛陽(낙양)으로 갔을 때 그 모습을 본 사람이 역시 칠현 중의 한 사람 王戎(왕융)에 말했다.
‘어제 많은 사람들 가운데서 혜소를 보았는데 의젓한 모습이 마치 들판에 학이 닭무리 속에 서 있는 것 같았다네(昨于稠人中始見嵇紹 昂昂然如野鶴之在雞群/ 작우조인중시견혜소 앙앙연여야학지재계군).’ 왕융은 그의 부친 혜강도 더 늠름했다고 답했다. ‘晉書(진서)’ 열전 59 혜소전에 나온다. 昂은 높을 앙. 혜소는 그러나 여덟 사람의 황족이 서로 싸움을 벌인 八王(팔왕)의 난 때 군사를 거느리고 왕을 따라 진압에 나섰다가 반란군의 화살을 맞고 전사하고 말았다. 왕의 옷이 혜소의 피로 흥건했는데 충의의 피라 하며 씻지 못하게 하고 기렸다./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