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11일 월요일

◇ 한국은 예측 어려운 판내부 지진환경…‘활성단층’ 찾아야 대비도 가능

◇ 한국은 예측 어려운 판내부 지진환경…‘활성단층’ 찾아야 대비도 가능

◇ 한국은 예측 어려운 판내부 지진환경…‘활성단층’ 찾아야 대비도 가능

지진은 판구조 운동에 의해 지각 내부에 축적된 응력이 단층운동으로 해소되면서 발생하는 땅 흔들림 현상이다. 지진은 매년 태풍, 홍수 등 다른 자연재해와 비슷한 빈도로 발생하지만 지진과 동반되는 또 다른 공포의 대명사인 쓰나미(지진해일)까지 포함하면 인류에게 가장 위협적인 자연재해라고 할 수 있다. 역사상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가져온 자연재해는 1556년 중국 산시(陝西) 대지진(사진)이다. 규모 8.0으로 추정되는 당시 지진으로 약 83만명이 사망했다. 인구밀도가 높고 내진설계와 같은 대비가 미비한 낙후지역에 지진이 발생하면 그 충격과 피해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지진은 지판의 경계부에서 발생하는 ‘판경계 지진’과 대륙 내부의 ‘판내부 지진’으로 구분되며, 그 피해도 뚜렷하게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지구에서 일어나는 지진의 대부분은 판경계부에 집중된다. ‘불의 고리’라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자리 잡고 있는 일본, 미국 서부, 뉴질랜드 등에서 지진이 빈번한 이유다.

판경계 지진은 공간적으로 판경계부를 따라 좁고 길게 분포한 단층대에서 일어난다. 빈도가 잦고 단층운동의 재발 주기가 짧아 지진 대비를 위한 발생 위치와 시점을 비교적 높은 확률로 추정할 수 있다. 반면 판내부 지진은 지각 내부에 복잡하게 분포하는 단층 재활동으로 일어난다. 결국 미래 지진의 발생 위치와 시점을 예측하기 매우 어렵다.

지난 120년 지진 역사에서 1000명 이상 인명피해를 가져온 지진은 130회 정도다. 발생 횟수와 규모에서는 판경계 지진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오히려 사망자 수는 판내부 지진(약 140만명)이 판경계 지진(약 80만명)보다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판경계 지진 인명피해 절반 이상이 쓰나미로 발생했기 때문에 실제로는 판내부 지진이 판경계 지진에 비해 4배 정도 위험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한국은 판내부 지진 환경에 속한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지표와 지하에 존재하는 모든 단층들이 잠재적 지진원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한국도 이제 규모 6.0 이상의 중대형 지진 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진재해의 안전·안심지대라는 문구는 옛말이 됐다. 그렇다면 미래에 닥쳐올 지진재해에 효과적으로 대비·대응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우선돼야 할까.

바로 단층 조사에 답이 있다. 특히 제4기(250만년 이전부터 현재까지)에 지진을 일으킨 이력이 있는 ‘활성단층(Active Fault)’ 조사를 서둘러야 한다. 한국은 2016년 9월12일 발생한 규모 5.8의 경주 지진을 계기로 2017년부터 전 국토를 대상으로 활성단층 조사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한반도 동남권 지역을 시작으로 4단계에 걸쳐 20년간 전국에 분포하는 활성단층을 조사해 지진 대비를 위한 효과적인 정보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활성단층 조사는 제4기 지질시대에 지진을 일으킨 단층에 의한 지표 파열의 흔적을 찾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지표 파열은 규모 6.0 이상 중대형 지진에 의해 일어나기에 활성단층이 존재한다는 것은 해당 지역에 비슷한 규모의 지진 발생 확률이 높다는 증거다.

활성단층 조사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는 반면, 연구 결과에서 결정적 증거 또한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는 지진에 대한 선제적 대비와 대응을 통해 지진 피해를 최소화하고 국민의 안전에 기여하겠다는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오늘도 연구자들은 활성단층을 찾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다.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