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11일 월요일

◇ 국내 상륙 음성 전용 SNS '클럽하우스'

◇ 국내 상륙 음성 전용 SNS 클럽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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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상륙 음성 전용 SNS 클럽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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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신세계가 있나.’ 지난 주말 무렵부터 체험기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국내에 본격 상륙한 음성 전용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Clubhouse)’ 얘기다. 한 지인은 클럽하우스와의 첫 만남을 이렇게 떠올린다. ‘예전 아마추어 무선통신이 이런 분위기 아니었을까. 아직은 누가 인사를 하면 화들짝 놀라서 나가기 버튼을 누르게 된다.’

클럽하우스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벤처기업인 폴 데이비슨과 구글 출신 로한 세스가 지난해 3월 개발한 음성 앱이다. 그런데 1일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게임스톱 주가와 관련해 이 앱에 참여해 토론하면서 인기가 치솟았다. 아직은 아이폰 운영체계에서만 가능하다 보니 중고 아이폰 거래가 늘어났을 정도다. 이 앱에서 금기 이슈 토론이 활발해지자 중국 당국은 이 앱의 접속을 막기까지 했다.

클럽하우스에 들어가려면 일단 기존 가입자로부터 받은 모바일 초대장 또는 지인의 수락이 있어야 한다. 그 다음엔 직접 방을 만들어 청취자 중 일부를 발표자로 선정해 대화를 이끌거나 또는 다른 방에 청취자로 참여해 손 모양 버튼을 눌러 발언권을 받을 수 있다. 해외 유명 인사들이 만든 방에도 영어 등 외국어로 참여할 수 있다. 스타트업 분야 종사자가 초기에 몰려 관련 내용의 대화방이 많다가 최근엔 취미, 성대모사 방도 생겼다. 카카오톡 대화방의 음성판으로 이해하면 된다.

이 방 저 방에서 음성 대화가 진행되니 마치 고대 그리스의 아고라(광장) 같다. 클럽하우스의 세계에는 말을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자유, 듣다가 조용히 떠날 수 있는 자유가 다 있다. 얼굴이 보이지 않으니 비싼 콘퍼런스에 가서 듣던 고급 정보를 침대에 누워 공짜로 편하게 듣고 격의 없이 질문할 수 있다. 클럽하우스 앱 대표 이미지는 활발한 활동을 하는 사용자 얼굴 사진으로 주기적으로 바뀐다. 요즘 세대가 원하는 참여, 연결, 평등, 성장, 레트로 감성이 다 들어 있다.

그중 최고는 코로나로 인해 대화에 목말랐던 세계인들을 목소리로 연결시킨 점이다. 사용자들은 “사람의 목소리 질감이 이토록 매력적인지 새삼 깨달았다”고 한다. 클럽하우스에서는 지식과 경험을 말로 잘 풀어내는 실력자가 힘을 갖는다. 고유한 콘텐츠가 있고 영어까지 잘하면 글로벌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양날의 검이다. 고수를 가려내지만 선동가의 육성에 여론몰이 장으로 변할 위험이 있다. 트위터는 ‘조리돌림’(다수에게 공개해 수치심을 주는 처벌), 텔레그램은 N번방 사건의 불명예를 낳았다. ‘클럽하우스 민주주의’의 향배는 사용자가 얼마나 스스로 정보 감별 능력을 키우는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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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횡설수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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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하는 SNS, 클럽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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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내내 자정이 넘도록 사이버 공간을 쏘다녔다. ‘이런 신세계가 있나’ 싶었다. 하필이면 연휴 직전에 지인의 ‘초대장’을 받고 가입했고, 다음 날 일정에 쫓기는 부담도 없어서 속속 열렸다 사라지는 신기루 같은 방들을 들락날락했다. 그러다 마음에 드는 주제나 사람을 만나면 그 방이 닫힐 때까지 머물렀다. 그 방들은 대화가 끝나면 모두 사라져 내용도, 기록도 남지 않았다. 미국 스타트업 ‘알파 익스플로레이션’이 지난해 4월 출시했고, 최근 국내서도 연일 화제를 몰고 다니는 오디오(음성) 기반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클럽하우스(Clubhouse)’ 이야기다.

시사·경제·예술·취미·예능 등 다루는 주제도 다양하다. ‘클럽하우스 커뮤니티’ 같은 실용적인 방이 있는가 하면, ‘카카오 김범수 의장님의 5조 원이 있다면… 우리는 한국의 교육이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처럼 사회문제 해결을 고민하는 방도 눈에 띄었다. 미국 뉴욕증시 상장 소식이 알려진 쿠팡 투자 토크 방엔 수백 명이 모였다.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청춘을 응원하는 방’에선 방송인 김제동 씨를 만났고, ‘질문과 해결’이 뭐지 싶어서 들어간 방에선 가수 적재가 모더레이터여서 끝까지 자리를 뜨지 못했다. 클럽하우스가 가진 매력인 즉흥성과 희소성, 현장성이 확 다가왔다.

물론 클럽하우스에 가입하려면 ‘아이폰’ 사용자여야 하고, 먼저 가입한 회원이 보내 주는 ‘초대장’이 있어야 하며, ‘영어’ 사용 방이 많아 폐쇄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폐쇄성이 클럽하우스 마케팅의 또 다른 핵심 포인트가 되고 있으니 아이러니하다. 클럽하우스를 이용하지 못하면 어딘가 모르게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라는 소외감을 느끼게 해 어떻게든 그 안으로 들어오게끔 하는 전략,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마케팅 말이다. 오죽하면 당근마켓이나 번개장터 같은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클럽하우스 초대장이 버젓이 현금 거래되는 상황까지 빚어졌다.

또 하나의 새로운 플랫폼이 생겨난 것에 불과할 수 있다. 운용 원칙은 ‘쌍방향 소통’이지만, 남들이 하는 말을 그저 듣기만 한다면 ‘팟캐스트’나 ‘유튜브’와 다를 바 없어서다. 그런데도 ‘말로 하는 SNS’가 묘하게 매력적이다. 코로나19가 불러온 비대면 사회환경이 우리 사회를 급격하게 변화시킨 것처럼 오디오 콘텐츠의 미래도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확장된 소통이 새로운 공론장으로 커 나갈 수 있을지, 스쳐 가는 SNS 바람이 될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부산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