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탁동기啐啄同機 - 안에서 밖에서 동시에 알을 쪼다.
줄탁동기(啐啄同機) - 안에서 밖에서 동시에 알을 쪼다.\xa0 \xa0 \xa0\xa0\xa0
지껄일 줄(口-8) 쪼을 탁(口-8) 한가지 동(口-3) 틀 기(木-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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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도 어렵고 뜻도 심오한 이 성어가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아마도 김종필 전 총리가 신년휘호로 쓴 이후일 것이다. 한학에 밝은 김 전 총리가 정치적 고비마다 심경을 성어로 나타냈는데 이 말은 1997년 대선 정국에서 나왔다. 알에서 깨어 나오기 위해 알 속의 병아리가 부리로 껍질을 쪼는 것을 啐(줄)이라 하고 어미닭이 그 소리를 듣고 밖에서 쪼는 것을 啄(탁)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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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가지가 동시에 이루어지지 않으면 부화가 안 된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고 한 말과 같이 깨달음에도 때가 있어서 적기를 잃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우친다. 啐(줄)은 맛볼 쵀, 떠들썩할 잘 등의 음도 있다. 줄여서 啐啄(줄탁)이라고도 하고 啐啄同時(줄탁동시), 啐啄之機(줄탁지기)도 같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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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宋(송)나라 때에 편찬된 책으로 역대 선승들의 話頭(화두) 100개를 담아 禪宗(선종)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碧巖錄(벽암록)”에서 유래했다고 하니 어려울 만하다. 雪峰(설봉) 스님을 이은 鏡淸(경청) 스님은 항상 후학들을 깨우칠 때 병아리의 啐(줄)과 어미닭의 啄(탁)을 강조했다. “무릇 수행하는 사람이라면 줄탁동시의 안목을 갖추고 줄탁동시의 작용이 있어야 만이 비로소 승려라 일컬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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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마치 어미닭이 쪼려 하면 병아리도 쪼지 않을 수 없고, 병아리가 쪼려고 하면 어미닭도 쪼지 않을 수 없는 것과 같다(大凡行脚人 須具啐啄同時眼 有啐啄同時用 方稱衲僧 如母欲啄 而子不得不啐 子欲啐 而母不得不啄/ 대범항각인 수구줄탁동시안 유줄탁동시용 방칭납승 여모욕탁 이자부득부줄 자욕줄 이모부득불탁).” 제16칙 鏡淸啐啄(경청줄탁)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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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는 수행자이고, 어미닭은 스승으로 비유하여 제자는 안에서 수양을 하고, 스승은 제자를 잘 보살피고 관찰하다 시기가 무르익었을 때 깨달음으로 인도하는 과정과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