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2일 금요일

이군삭거離羣索居 - 무리를 떠나 홀로 쓸쓸하게 지냄.      

이군삭거離羣索居 - 무리를 떠나 홀로 쓸쓸하게 지냄.      

이군삭거(離羣索居) - 무리를 떠나 홀로 쓸쓸하게 지냄.\xa0 \xa0\xa0 \xa0

떠날 리(隹/11) 무리 군(羊/7) 찾을 색, 노 삭(糸/4) 살 거(尸/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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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강한 인간은 혼자 사는 고독한 사람’이라는 서양 격언이 있지만 고독을 즐기는 사람은 드물다. 가장 무서운 고통이 고독이라는 말도 있으니까 말이다. 어떠한 심한 공포라도 함께 있으면 견딜 수 있다고 했다. 잘 나가다가 끈 떨어져 세력을 잃으면 외로운 신세라는 뜻의 ‘날 샌 올빼미 신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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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군 속에 고립된 성과 서산으로 지는 해라는 의미의 孤城落日(고성낙일)은 세력이 다하고 남의 도움도 바랄 수 없는 매우 외로운 처지를 가리킨다. 함께 있던 무리를 떠나(離羣) 홀로 쓸쓸히 지낸다(索居)는 이 성어도 고독하기는 마찬가지다. 離索(이삭)이라 줄여 말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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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은 孔子(공자)의 제자 子夏(자하)와 관계있다. 공자와 고락을 함께 하고 각 분야에서 뛰어난 10명의 제자를 孔門十哲(공문십철)이라고 하는데 여기에 포함되는 자하는 문학에서 뛰어났다. 西河(서하)라는 지역에서 제자들을 길렀고 魏文侯(위문후)의 스승이기도 했다. 그런데 자하라고 하면 喪明之痛(상명지통)의 성어가 떠오를 만큼 아들을 먼저 보낸 불행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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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먼저 보내고 너무나 슬픈 나머지 시력을 잃는 고통을 견뎌야 했다. 天崩(천붕), 地崩(지붕)이라 일컫는 부모상보다 평생 가슴에 새겨지는 자식의 죽음이 더 아프고 오래 간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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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가 아들을 보내고 오랫동안 통곡하여 시력까지 잃었다. 역시 공자의 제자로 효행으로 이름 높은 曾子(증자)가 조문을 왔다. 증자가 벗이 시력을 잃으면 그를 위해 곡을 해야 한다고 들었다며 서럽게 곡을 했다. 이 말을 듣고 자하는 자신은 죄가 없는데 이런 불행을 안겨 주었다고 하늘을 원망하며 더욱 섧게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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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증자는 서하의 백성들이 스승을 의심하게 했고, 부모상을 당했을 때보다 더 애통해했고, 자식 잃고 시력을 잃을 정도로 슬퍼하니 죄가 크다고 했다. 그러자 자하가 뉘우쳤다. ‘내가 잘못했네, 내가 벗들을 떠나 너무 오래 혼자 생활했으니 이리 되었네(吾過矣 吾離群而索居 亦已久矣/ 오과의 오리군이삭거 역이구의).’ 유가의 경전 ‘禮記(예기)’ 檀弓(단궁) 상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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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도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분명 있다. 이런 사람의 능력을 한 곳으로 집중시키면 더 큰 업적을 낼 수 있다. 하지만 나만 잘 났다고 상대와 협력할 뜻이 전혀 없다면 모두가 손해다. 팽팽히 맞서기만 하는 정치권에서 많이 본다. 더 외로워봐야 알 듯하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