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선여등 종악여붕從善如登 從惡如崩 – 선을 좇는 것은 어렵고 악을 따르는 것은 쉽다.
종선여등 종악여붕(從善如登 從惡如崩) – 선을 좇는 것은 어렵고 악을 따르는 것은 쉽다.
좇을 종(彳/8) 착할 선(口/9) 같을 여(女/3) 오를 등(癶/7) 좇을 종(彳/8) 악할 악(心/8) 같을 여(女/3) 무너질 붕(山/8)
올바르고 착한 善(선)은 동서양 구별 없이 많이 기렸다. ‘악을 선으로 갚는 자는 항상 승리를 얻는다‘는 영국 격언이다. ’선인 악인을 막론하고 선을 베푸는 사람이 가장 완전한 인간‘이라고 마호메트도 말했다. 우리 속담엔 ’마음을 잘 가지면 죽어도 옳은 귀신이 된다‘는 것이 있다. 선행을 많이 쌓은 집안은 그 자손들에게 필히 경사로운 일이 넘쳐난다는 積善之家 必有餘慶(적선지가 필유여경)의 좋은 말도 있다. 見善如不及(견선여불급)이라며 선한 것을 보고선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을 두려워하라고 孔子(공자)님도 가르쳤다.
이처럼 좋은 일을 많이 하라는 명언이 넘쳐나지만 실제로 행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선을 좇는 일(從善)은 산을 오르는 것과 같다(如登)는 말이 따른다. 대구로 악을 좇는 것(從惡)은 무너지는 것과 같다(如崩)고 이어진다. 옳은 길로 나아가 발전하기는 산을 오르는 것처럼 어렵지만, 나쁜 길로 나아가 타락하기는 눈사태가 무너지듯 순식간이라는 뜻이다. 중국 春秋時代(춘추시대) 8국의 역사를 모은 책 ‘國語(국어)’의 周語(주어)편에 나온다. 이 책은 左氏傳(좌씨전)을 쓰기 위해 左丘明(좌구명)이 편찬한 것이라 한다.
周(주)나라 敬王(경왕)은 아들 朝(조)의 반란으로 洛邑(낙읍)이 점령당하자 晉(진)나라의 도움으로 간신히 진압했다. 아들은 도주했지만 잔당이 남아있어 외곽 成周(성주)에 남을 수밖에 없었다. 경왕의 중신들은 그곳에 성을 쌓아 도읍을 정하기로 하고 먼저 萇弘(장홍, 萇은 나라이름 장)을 보내 진나라에 알렸다.
진나라는 도와줄 생각이 있었는데 마침 이곳에 와 있던 衛(위)나라의 대부 彪傒(표혜, 傒는 가둘 혜)가 이 소식을 듣고 반대했다. ‘속담에 말하기를 좋은 일을 하는 것은 산을 오르는 것과 같고, 나쁜 길을 따르는 것은 산이 무너지는 것과 같다고 했습니다(諺曰 從善如登 從惡如崩/ 언왈 종선여등 종악여붕).’ 주나라는 혼군 幽王(유왕) 이래로 날로 쇠퇴하고 있어 도와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였다.
악을 행하는 것이 쉽다고 했지만 당사자들은 악인 줄도 모르고 저지르거나 아니면 짐짓 악이 아닌 것처럼 포장한다. 그래서 세력을 쥔 자들은 나쁜 짓에 넌더리를 내다가도 쉽게 악을 재탕한다. 선을 좇는 일이 어렵다는 것을 안다면 겉모습만 선인 것도 행하지 않을 텐데 악순환이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