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9일 토요일

무릉도원武陵桃源 - 무릉의 어부가 찾은 복사꽃 세계, 도연명이 그려낸 이상향

무릉도원武陵桃源 - 무릉의 어부가 찾은 복사꽃 세계, 도연명이 그려낸 이상향

무릉도원(武陵桃源) - 무릉의 어부가 찾은 복사꽃 세계, 도연명이 그려낸 이상향

호반 무(止/4) 언덕 릉(阝/8) 복숭아 도(木/6) 근원 원(氵/10)

아무런 걱정이 없고,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조건의 완전한 사회가 理想鄕(이상향)이다. 이런 세상은 예부터 많이 꿈꾸어왔고 나타내는 말도 많다. 토머스 모어(Sir Thomas More)가 그린 이 세상에 없는 곳이지만 가장 좋은 곳이란 뜻의 유토피아(Utopia)가 대표적이다. 제임스 힐튼(James Hilton)이 창안한 샹그릴라(shangrila)는 히말라야 산록의 사원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우리나라서 별세계로 대표적인 곳은 許筠(허균)의 洪吉童傳(홍길동전)에 나오는 栗島國(율도국)이다. 수평선 너머 바다 한 가운데 있는 신비의 섬나라로 嫡庶(적서)차별이나 탐관오리의 횡포가 없는 이상사회였다.

중국에서는 선인이 사는 항아리 속의 세계 壺中之天(호중지천)과, 인위적인 그 무엇도 있지 않은 곳이라는 뜻으로 莊子(장자)가 창안한 無何有之鄕(무하유지향)이 있지만 桃源境(도원경)이 아무래도 귀에 익다. 東晋(동진) 말기에서 宋(송)나라 초기의 시인으로 歸去來辭(귀거래사)로 유명한 陶淵明(도연명, 365~427)의 ‘桃花源記(도화원기)’에 나오는 이상사회다. 湖南(호남)의 武陵(무릉)이란 곳에서 사는 한 어부가 뱃길을 잃고 찾아간 곳이 복숭아꽃이 만발한 곳(桃源)이라 이렇게 불렸다.

어부가 배를 저어가다 길이 다하자 복사꽃이 핀 숲을 만났다. 숲을 걸어가니 산이 나왔고 그곳에는 한 사람이 통과할 수 있는 작은 굴이 있어 들어가 보았다. 갑자기 앞이 확 틔면서 밝아졌다. 토지는 평평하고 넓으며 집들이 잘 정돈되어 있고, ‘기름진 논밭과 아름다운 연못, 뽕나무와 대나무들이 있었다(有良田美池桑竹之屬/ 유량전미지상죽지속)’. 논밭에서 일하는 남녀의 옷차림은 밖의 세상과 같았고 ‘노인과 아이들도 모두 유쾌한 모습으로 즐겁게 지내고 있었다(黃髮垂髫 並怡然自樂/ 황발수초 병이연자악)’. 髫는 늘어뜨린머리 초, 머리를 땋은 아이를 가리킨다.

이런 세상에 사는 사람들은 이전에 난리를 피해와 살고 있었다. 어부는 여기에서 잘 대접 받고 살던 곳으로 가면서 도중에 표시를 해 두었으나 고을 태수와 함께 다시 찾았을 때는 어디에서도 모습이 없었다. 정치 사회의 암흑기에 그려본 이상사회를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는 없다. 인터넷 여론조작 혐의로 실체를 드러냈던 드루킹이 회원들을 모아 세우려 했다는 ‘두루미타운’도 황당한 이상사회를 꿈꾸던 것이 아니었을까.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