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 – 자두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치지 말라, 의심 사는 행동을 하지 말라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 \xa0– 자두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치지 말라, 의심 사는 행동을 하지 말라
오얏 리(木/3) 아래 하(一/2) 아닐 불, 부(一/3) 가지런할 정(攵/12) 갓 관(冖/7)
껍질 표면에 털이 없이 발갛고 매끈한 자두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자두의 옛 이름이 오얏인데 누구나 탐스러워 하는 이 과수밭을 지날 때면 조심해야 한다. 귀한 과일을 서리하는 일이 잦아 주인도 신경을 곤두세우기 때문이다. 오얏나무 밑(李下)을 지나갈 때 손을 들어 쓰고 있던 관을 고쳐 쓰지 말라(不整冠)고 하는 것은 공연히 남에게 의심을 사는 행위를 하지 말라는 교훈이다.
이 말의 앞에 있는 오이 밭에서는 신발을 고쳐 신지 말라는 瓜田不納履(과전불납리)라는 말과 짝으로 사용된다. 앞부분 두 글자씩만 떼어 瓜田李下(과전이하)라는 말도 쓰는데 앞서 소개한 바 있다.
유교 문화권 최초로 여성을 정면으로 다뤘다는 ‘列女傳(열녀전)’은 前漢(전한) 시대의 학자 劉向(유향)의 저작이다. 경전이나 역사에 전해져오던 賢母(현모) 烈女(열녀) 惡妻(악처) 등 여러 인물을 재구성한 전기집인데 여기에 등장하는 虞姬(우희)가 한 말로 나온다. 項羽(항우)가 사랑했던 虞美人(우미인)도 우희라 하지만 물론 다른 사람이다.
이름이 娟之(연지)인 우희는 戰國時代(전국시대) 齊(제)나라 威王(위왕)의 후궁이었다. 왕이 즉위한지 9년이 지나도록 국정이 어수선했다. 간신인 周破胡(주파호)가 국정을 손아귀에 넣고 충신을 따돌렸기 때문이었다. 이를 보다 못한 우희가 위왕에게 주파호는 속이 검은 사람이라 물리치고 덕망 있는 北郭先生(북곽선생)을 기용해야 한다고 호소했다.\xa0
이것을 안 주파호는 거꾸로 우희와 북곽이 사통하는 사이라고 모함하며 9층 누각에 감금했다. 매수된 담당 관원이 날조한 보고서가 앞뒤가 맞지 않자 왕이 직접 우희를 불러 심문했다. 우희는 진심으로 왕을 위해 힘썼지만 불찰이 있다면 ‘오이 밭에서 신발을 고쳐 신지 않고, 오얏나무 아래를 지나갈 때 관을 바로하지 않는다는 교훈을 지키지 않은 것(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 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이라고 애소했다. 그러면서 주파호의 죄목을 아뢰자 그제야 잘못을 깨달은 위왕은 간신을 烹殺(팽살)하고 내정을 바로잡았다.
자신이 떳떳하다고 해도 남이 오해를 하여 의심을 사는 경우는 흔하다. 잘못 보일 행동을 조심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먼저다. 다음으로는 억울하지만 극구 변명하기 보다는 이치에 맞게 차근차근 해명해야 한다. 더 큰 의심을 사서 돌아서고 나면 되돌리기 어렵다. 갓끈을 조심하는 것이 생활화되면 좋겠다. / 글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