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3일 토요일

풍불명조風不鳴條 - 바람이 가지가 울리지 않게 불다, 기후가 순조롭고 천하가 태평하다. 

풍불명조風不鳴條 - 바람이 가지가 울리지 않게 불다, 기후가 순조롭고 천하가 태평하다. 

풍불명조(風不鳴條) - 바람이 가지가 울리지 않게 불다, 기후가 순조롭고 천하가 태평하다.\xa0

바람 풍(風/0) 아닐 불(一/3) 울 명(鳥/3) 가지 조(木/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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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를 하늘에 의지해 지을 때는 비와 바람에 큰 영향을 받는다. 바람이 몹시 불고 비가 많이 쏟아지는 風雨大作(풍우대작)의 해에는 흉년을 피할 수 없다. 비가 때맞춰 알맞게 내리고, 바람이 고르게 부는 雨順風調(우순풍조)의 기후면 농사가 잘 되고 민심도 좋아져 천하가 태평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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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지변은 성군이라도 어쩔 수 없어 堯(요)와 湯(탕)임금 때 九年洪水 七年大旱(구년홍수 칠년대한)이 있었다 하고, 왕자의 난으로 정권을 잡은 조선 太宗(태종)이 비를 간절히 기다려 죽은 뒤 내리게 했다는 太宗雨(태종우)의 고사가 있다. 이처럼 절대자도 어쩔 수 없는 비바람을 고르게 원하는 성어가 많아 雨暘時若(우양시약), 和風甘雨(화풍감우) 등의 멋진 표현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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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하나 더 바람이 불어도 가지가 울리지 않게 부드럽다는 이 말도 그 중의 하나다. 後漢(후한)의 사상가 王充(왕충)이 ‘論衡(논형)’이란 책에 나온다. 어떤 사실을 논의하여 저울질한다는 뜻대로 당시 지배하던 경학에 대해서도 비판하는 견해를 밝혀 논란과 함께 후학에 큰 영향을 끼쳤다. 是應篇(시응편)의 내용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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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나뭇가지를 울리지 않을 정도로 부드러웠고, 비는 흙덩이를 깨뜨리지 않을 정도로 내렸으며(風不鳴條 雨不破塊/ 풍불명조 우불파괴), 닷새에 바람이 한 차례 불고, 열흘에 한 차례 비가 내렸다(五日一風 十日一雨/ 오일일풍 십일일우).’ 태평성대를 말한 것이긴 한데 실제 왕충은 儒者(유자)들이 과장되게 표현한 것이라며 예를 든 것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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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漢(전한) 때 학식이 깊고 문장에 뛰어났던 桓寬(환관)의 ‘鹽鐵論(염철론)’에도 같은 내용이 있다. 조정에서 專賣(전매) 등 각종 정책을 토론하는 내용을 엮은 독특한 형식의 책이다. 水旱篇(수한편)에 周(주)나라 초기 기틀을 닦은 周公(주공)이 자신의 품행을 닦으니 천하가 태평하고 큰 흉년이 든 해도 없었다면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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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는 비가 내려도 흙덩이를 무너뜨리지 않을 만큼 가볍게 내렸고, 바람도 나뭇가지가 울리지 않게 부드럽게 불었다(當此之時 雨不破塊 風不鳴條/ 당차지시 우불파괴 풍불명조).’ 백성을 위하고 순리대로 다스리니 태평성대가 이어졌다는 미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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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책에는 五風十雨(오풍십우)라 했는데 南宋(남송)의 시인 陸游(육유)의 시에는 十風五雨(십풍오우)란 시구가 나온다고 한다. 열흘에 한 번 바람이 불고 닷새에 한 번 비가 온다는 뜻으로, 역시 순조로운 날씨를 이르는 말이라 하니 비바람이 계속되는 날짜가 물론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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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의 정치로도 어쩌지 못하는 기후는 인공으로 비를 내리도록 과학의 힘으로 시도해도 별 효과를 보지 못한다. 오로지 자연훼손을 막고 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등 인류 공통의 노력이 있어야 순조로운 기후를 누릴 수 있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