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비지심是非之心 - 옳고 그른 것을 가릴 줄 아는 마음
시비지심(是非之心) - 옳고 그른 것을 가릴 줄 아는 마음\xa0
옳을 시(日/5) 아닐 비(非/0) 갈 지(丿/3) 마음 심(心/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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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고 그른 것이 물론 是非(시비)다. 옳고 그른 것을 따지는 것도 역시 시비다. 옳고 그른 것이 명확히 구별될 것 같은데 일상에서 끝없이 시비가 일어나는 것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도덕적인 문제는 주관적이라 시비를 가리기 어렵고, ‘참깨가 기니 짧으니 한다’는 속담대로 차이가 별로 없는 것에도 무조건 자기가 옳다고 우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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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사정을 따지지 않고 不問曲直(불문곡직) 나서는 사람도 많다. 남의 말에 쌍지팡이 짚고 나서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흑백이 분명한데 검다, 희다 가리지 않아도 속 터진다.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어려우니 시비가 끊이지 않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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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선한 본성을 가졌다고 하는 性善說(성선설)은 孟子(맹자)의 독창적 인성론이다. 사람들은 남의 고통을 견디지 못하는 인성을 갖고 태어나는데 惻隱之心(측은지심)부터 시작하는 四端(사단)이 그것이다. 맹자가 제자 公孫丑(공손추)와 문답한 내용에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마음이 없다면 사람이 아니라고까지 말한다. 부분을 보자. 공손추 上篇(상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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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은하게 여기는 마음이 없다면 사람이 아니고(無惻隱之心 非人也/ 무측은지심 비인야),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無羞惡之心 非人也/ 무수오지심 비인야), 사양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고(無辭讓之心 非人也/ 무사양지심 비인야),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마음이 없다면 사람이 아니다(무시비지심 비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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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네 가지의 마음이 각각 仁(인) 義(의) 禮(예) 智(지)의 근원을 이루는 단서라고 했다. 이 중에서 ‘시비를 판단하는 마음이 지의 단서(是非之心 智之端也/ 시비지심 지지단야)’라 하고 선악을 옳게 또는 그르게 여길 줄 아는 것이 사람이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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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시비 속에서 살아간다. 菜根譚(채근담)의 충고를 들어보자. ‘꾀꼬리 소리는 좋아하고 개구리 울음은 싫어한다. 꽃을 보면 가꾸려 하고 잡초를 보면 뽑으려 한다(聽鶯啼則喜 聞蛙鳴則厭 見花則思培之 遇草則欲去之/ 청앵제즉희 문와명즉염 견화즉사배지 우초즉욕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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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심정이 보통 이렇지만 어느 것인들 하늘의 뜻에 따르지 않는 것이 없으니 괜히 건드리지 말고 천지자연 그대로 두라는 뜻이다. 어지간한 것은 지나치고, 적이라도 명확히 옳은 것은 치켜 주며, 같은 편이라도 그른 것은 그르다고 하면 시비가 줄어든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