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3일 토요일

전세진적傳世珍籍 -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귀중한 책 

전세진적傳世珍籍 -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귀중한 책 

전세진적(傳世珍籍) -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귀중한 책\xa0

전할 전(亻/11) 인간 세(一/4) 보배 진(玉/5) 문서 적(竹/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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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冊(책)은 대나무 조각에 글을 새겨 한 줄로 엮어놓은 모양을 딴 글자로 책 또는 문서를 가리켰다. 서기 105년 중국 後漢(후한)의 관리 蔡倫(채윤)이 종이를 만들기 전에는 甲骨文(갑골문) 같은 동물의 뼈나 돌, 비단 등에 글을 남겼다. 서양서도 물론 파피루스(papyrus)같은 섬유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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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가 어떠한 것이든 먼 조상들의 지혜와 체험과 사색의 기록이 남아 오늘날까지 이어져왔기 때문에 인류가 발전할 수 있었다. 이같이 오래전부터 대대로 전해져 내려온(傳世) 진귀한 책(珍籍)이 있는가하면 셀 수 없을 정도로 쏟아져 나오는 책들 중에는 곧 사라질 책도 많다. 생명이 오랜 보배로운 책이란 이 성어는 달리 출전은 없이 귀중한 책을 모은 전집이란 뜻으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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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관해서 동서 철인들이 남긴 어록들을 보면 신랄하게 깎아내린 반어적 표현이 제법 눈에 띈다. 몇 가지 재미있는 표현을 보자. ‘책은 인간의 저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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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하는 책의 90%는 시원찮은 것이며, 좋은 책은 그 시원찮음을 논파하는 것이다’, ‘적어도 두 번 되풀이해서 읽히지 않는 책은 뛰어나지도 않지만 명저도 아니다’, ‘책 중에는 세상에 책을 한 권 더 증가시키는 것만을 목적으로 하는 악서가 있다’ 등등이다. 물론 세상에서 수없이 출판되고 유통되는 모든 책을 다 읽을 수도 없으니 유익하고 좋은 책을 가려 읽어야 한다는 조언이다.

古典(고전)은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널리 읽히고 모범이 될 만한 문학이나 예술 작품을 말하는데 옛날부터 내려온 서적을 가리키는 것이 더 앞섰다. 법 典(전)이란 글자는 冊(책)을 두 손으로 받들고 있는(廾/ 받들 공) 모양이니 중요한 책, 법이나 경전을 포함한 책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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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중에 물건을 찾을 때 불보다 좋은 것이 없는 것처럼, 현실에서 길을 찾으려면 고전보다 좋은 것이 없다(索物於夜室者 莫良於火 索道於當世者 莫良於典/ 색물어야실자 막량어화 색도어당세자 막량어전).’ 후한말 학자 王符(왕부)가 남긴 말이다. 고전이라 하면 어딘가 모르게 거리감이 느껴져 쉽게 다가가지 못하지만 마르지 않는 샘처럼 변함없는 자양분을 공급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생명을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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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 철학서나 성서가 영원한 고전인 만큼 焚書坑儒(분서갱유)의 오명이 있는 중국서는 최대 규모의 장서 四庫全書(사고전서)를 남김으로써 이전의 고전을 집대성했다. 학문을 중시한 우리나라도 물론 꾸준히 간행해 온 장서를 모은 奎章閣(규장각)의 전통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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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없이 많은 책 중에서 도움이 되는 고전을 읽어야 하는 명언을 다시 보자. ‘인생은 한 권의 책과 흡사하다. 미련한 자는 훌쩍 넘겨 버리지만 현명한 자는 정성들여 읽는다. 왜냐하면 그는 한 번밖에 그것을 읽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