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유色喩 - 여색을 경계하다.
색유(色喩) - 여색을 경계하다.
빛 색(色/0) 깨우칠 유(口/9)
色(색)이 물감이나 컬러(color)만 나타낼 리 없고 색정이나 여색을 뜻하여 탈이 난다. 미녀를 天下一色(천하일색)이라 하고 패가망신한다는 酒色雜技(주색잡기) 할 때 모두 여자가 따른다. ‘애욕이 근심을 낳고, 애욕이 두려움을 낳는다’, ‘정욕의 불꽃이 타는 대로 쫓아가는 사람은 자기를 쇠사슬로 결박 짓는 사람’ 등등 여색을 조심하라는 말은 숱하게 내려왔다. 하지만 여성의 아름다움을 쫓는 본능은 버릴 수 없어 알고서도 빠져 들어간 남자들이 많았다. 여색을 멀리하라는 선현들의 많은 경계 중에서도 고려의 문호 李奎報(이규보, 1168~1241)는 다양한 비유와 기이한 근절책을 제시하여 흥미를 끈다.
이규보의 ‘東國李相國集(동국이상국집)’에 들어 있는 ‘색으로 깨우친다(色喩)’는 고전 수필을 보자. 그는 여기에서 세상에 존재하는 색 가운데서 남자를 가장 미혹하게 하는 것이 여색이라 했다. 그러면서 미인을 나타내는 표현마다 섬뜩한 비유를 한다. ‘눈의 애교 있는 것은 이를 칼날이라 하고, 눈썹의 꼬부라진 것은 이를 도끼라 하며, 두 볼이 볼록한 것은 독약이고, 살이 매끄러운 것은 안 보이는 좀벌레이다(眼之嬌者斯曰刃 眉之曲者謂之斧 頰之豐者毒藥也 肌之滑者隱蠹也/ 안지교자사왈인 미지곡자위지부 협지풍자독약야 기지활자은두야).’ 頰은 뺨 협, 蠹는 좀 두.
여색의 폐해가 여기에만 그치지 않는다. 밖으로는 더 심해 周(주)나라의 褒姒(포사)나 吳(오)나라의 西施(서시), 唐(당)나라의 楊貴妃(양귀비)는 나라를 기울게 했고, 최고 부자 石崇(석숭)을 망친 것은 綠珠(녹주)의 미색과 요염이었다고 했다. 이런 미인의 얼굴을 가진 여자에게는 추녀의 대명사인 嫫母(모모, 嫫는 추녀 모)와 敦洽(돈흡)의 얼굴을 수천만 개 주조한 뒤 덮어 씌워야 한다고 했다. 물론 음란한 자의 창자는 고결한 廣平(광평)의 것으로 바꾸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규보의 끔찍하고도 허황된 이런 처방은 여색의 폐해에 경종을 울린다. 그럴 만큼 그는 술과 시와 거문고를 벗 삼아 三酷好(삼혹호) 선생으로 불리면서 73세까지 장수했지만 여성관계는 엄격했다 한다. 틈만 나면 여성의 몸을 성적 대상으로 보고, 英雄好色(영웅호색)이라며 기고만장하던 사내들은 이규보의 방법으로라도 일신해야 한다. 여성이 원하지 않을 때 성희롱이 되고 성폭행이 되는 요즘에는 영웅이 자랑스러울 수 없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