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천이타仰天而唾 – 하늘보고 침 뱉기
앙천이타(仰天而唾) – 하늘보고 침 뱉기
우러를 앙(亻/4) 하늘 천(大/1) 말이을 이(而/0) 침 타(口/8)
입속의 침샘에서 나오는 침은 없어서는 안 될 소화액이지만 잘못 뱉으면 혼이 난다. 경범으로 처벌될 일 말고도 아주 치사스럽게 생각하여 멸시한다는 뜻이 있어 대판 싸움이 나거나 뒤도 돌아보지 않는 사이가 된다. 남이 얼굴에 침을 뱉었을 때 금방 손으로 닦아내면 상대방의 기분이 상할 수 있으므로 마를 때까지 둔다는 唾面自乾(타면자건)은 인내의 극치를 말해준다.
唐(당)나라 현신 樓師德(누사덕)의 고사에서 나온 이야기다. 그런데 ‘누워서 침 뱉기’나 ‘하늘보고 침 뱉기’라는 말대로 하늘을 향해 침을 뱉는다면 제 얼굴에 떨어질 뿐이다. 남을 해치려고 하다가 도리어 제가 당한다는 비유로 썼다.
우리 속담을 한역한 책은 洪萬宗(홍만종)의 旬五志(순오지)와 趙在三(조재삼)이 쓴 松南雜識(송남잡지), 조선 후기 朴慶家(박경가)의 東言考略(동언고략) 등 제법 있다. 이 성어는 茶山(다산) 丁若鏞(정약용)이 엮은 ‘耳談續纂(이담속찬)’에 나온다. 이 책은 明(명)나라 王同軌(왕동궤)라는 사람이 지은 耳談(이담)에 추가하여 한국 속담 241수를 한자 8자로 번역 수록한 것이다. 하늘보고 침 뱉기는 ‘하늘을 쳐다보고 침을 뱉으면 자기 얼굴을 더럽힐 뿐이다(仰天而唾 徒汚其面/ 앙천이타 도오기면)’로 되어 있다.
이 속담성어가 이보다 앞서 불경에서 연유한 것이라 더 흥미롭다. ‘四十二章經(사십이장경)’은 불교의 요지를 42장으로 나누어 기술한 경전이라는데 중국 後漢(후한)때 인도 승려 迦葉摩騰(가섭마등), 竺法蘭(축법란)이 번역하여 전했다 한다. 적절한 비유를 들어 간명하게 풀이한 교훈집으로 8장에 나온다.
‘악한 자가 어진 사람을 해치는 것은, 마치 하늘을 향해 침을 뱉으면 하늘에 닿지 않고 땅에 떨어지는 것과 같다(惡人害賢者 猶仰天而唾 唾不至天 還從己墮/ 악인해현자 유앙천이타 타부지천 환종기타).’ 이어지는 말도 의미는 같다. ‘바람을 거슬러 먼지를 날리면 상대에 이르지 않고 제게 되돌아오는 것과 같다(逆風揚塵 塵不至彼 還盆其身/ 역풍양진 진부지피 환분기신).’
상대를 향해 침을 뱉어도 안 될 일이지만 상대를 모르게 한다고 하늘을 향해 뱉더라도 피해는 고스란히 돌아온다. 남의 잘못된 점에 대해 험담을 실컷 늘어놓다가도 입장이 바뀌면 그대로 덮어쓰는 경우도 종종 본다. 상대가 앞에 있거나 없거나 한결같아야 참된 관계를 유지할 수가 있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