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당의 괴벨스 바이러스
"◇ 여당의 괴벨스 바이러스
",\조국 사태\가 온 나라를 뒤흔들던 작년 9월.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여론조사를 인용해 "조국 장관 후보자 임명 찬성률이 상승했다"며 "후보자 적격에 대한 판단은 국민이 하는 것이다. 누구도 국민의 판단 능력을 넘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설 최고위원은 최근 정의기억연대 논란과 관련해 국민 70%가 윤미향 민주당 의원 사퇴를 요구한 여론조사에 대해선 "국민이 정확한 팩트(사실)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나온 판단"이라고 했다.
1년도 지나지 않아 \여론\에 대한 시각이 180도 달라진 것은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비슷했다. 작년 9월엔 조 전 장관과 관련해 "여론조사를 보니 (임명 찬반이) 차이가 없는 수준으로 바뀌었다"며 "최대한 조 후보자를 잘 지켜나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윤 의원에게 불리한 여론조사가 나온 최근엔 "국민들도 시시비비를 보고 판단해주길 바란다"며 "의혹 제기에 굴복해선 안 된다"고 했다. 얼마 전 우상호 민주당 의원도 "이용수 할머니가 화났다고 사퇴시킬 수는 없지 않으냐"며 윤 의원 사퇴론에 제동을 걸었다. 우 의원은 현 정부 초기에 "장관 후보자 지지율이 60% 이상이면 임명해도 된다"며 여론조사를 인사 낙마 기준으로 삼자고 했던 자신의 주장을 기억에서 지운 것 같다.
"여권(與圈)은 그동안 정권에 유리한 여론조사를 골라 신줏단지 모시듯 떠받들었다. 공수처 설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 자사고·외고·국제고 폐지 등 각종 정책과 관련해 여론 수치를 국민적 판단이라고 내세우며 밀어붙였다. 하지만 윤 의원 사퇴 여론은 무지한 국민의 판단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다. 정의연의 정당성이 훼손될 경우 현 정권의 반일(反日) 전선까지 흔들리는 것을 막아보려는 의도겠지만, 여권의 말 바꾸기 행보는 볼썽사납다.
",여론에 대한 여권의 이중 잣대는 탈원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8일 여야 원내대표와 회동한 자리에서 "탈원전은 이미 공론화가 끝난 상황"이라며 신성불가침의 성역임을 강조했다. 집권 초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에서 시민참여단 471명에게 \원전 정책 방향\ 항목을 끼워 넣는 식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원전 축소\가 53%였다는 것이 근거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3년간 한국갤럽, 한국리서치 등 많은 여론조사에서 원전 이용 찬성이 국민 70%에 달하는 데에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나치의 선동가 괴벨스는 "선전에 좌절을 주는 메시지는 제거해야 한다"고 했다. 불리한 자료는 무시하고 입맛에 맞는 정보만 선택해 선동하면 유리한 여론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심각한 \괴벨스 바이러스\가 정치권에 침투해 걷잡을 수 없이 퍼지고 있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