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골난망刻骨難忘 - 남의 은혜가 뼈에 새길 만큼 커서 잊히지 않다.
각골난망(刻骨難忘) - 남의 은혜가 뼈에 새길 만큼 커서 잊히지 않다.
새길 각(刂/6) 뼈 골(骨/0) 어려울 난(隹/11) 잊을 망(心/3)
뼈에 새길(刻骨) 정도로 잊을 수 없다(難忘)는 말은 원한을 잊을 수 없다는 뜻도 되겠지만 은혜를 잊지 못한다고 강조할 때 더 많이 쓴다. 증오나 한을 잊지 못할 때는 骨髓(골수)에 사무치다, ‘뼛골에 사무치다’로 약간 달리 표현한다. 남에게 큰 은혜를 입고도 갚을 생각도 하지 않는 사람이 많은지 ‘머리 검은 짐승은 남의 공을 모른다’는 속담이 전한다. 또 ‘큰 은혜는 갚을 생각도 하지 않으면서 작은 원한은 반드시 갚으려 한다‘고 菜根譚(채근담)에도 타이른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고사를 인용하면서 곧잘 깨우치는 성어가 많다.
뼈에 새기면서까지 은혜를 잊지 못한다는 이 말이 가장 강조된 뜻이면서도 처음 유래된 곳은 명확하지 않으나 한국성어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에서 여러 문인의 문집이나 實錄(실록)에 등장하고, 흔히 사극에서 임금의 은혜를 잊지 않겠다며 신하들이 입에 달고 다닌 말이라 더욱 그렇다. 같은 뜻으로 중국에서는 刻骨銘心(각골명심)이나 鏤骨銘心(누골명심)이란 표현을 쓴다. 은혜를 갚는 고사와 함께 가장 잘 알려진 것이 結草報恩(결초보은)이고 꾀꼬리가 반지를 물어 은혜를 갚는다는 黃雀銜環(황작함환)이란 재미있는 성어도 있다.
중국 春秋時代(춘추시대) 晉(진)나라의 장수 魏顆(위과, 顆는 낟알 과)가 도저히 대적할 수 없는 秦(진)의 명장 杜回(두회)를 사로잡은 이면에는 풀을 묶어 쓰러지게 한 보은이 있었기 때문이다. 위과는 부친이 죽었을 때 유언을 무릅쓰고 젊은 새어머니를 개가시켜 새 삶을 살게 해준 덕으로 계모의 아버지가 두회를 초원에서 쓰러지게 했다는 것이다. 後漢(후한)의 楊震(양진), 楊秉(양병) 부자는 부정에 흔들리지 않는 四知三惑(사지삼혹)의 주인공이다. 이들이 청렴으로 길이 빛나는 것은 그의 선조 楊寶(양보)가 어릴 때 올빼미의 공격을 받은 꾀꼬리를 구해 치료한 뒤 날려 보낸 덕분이었다. 西王母(서왕모)가 보낸 반지를 선물 받고 후손은 삼공에 오르게 됐던 것이다.
이처럼 은혜를 베풀면 언젠가는 보답이 된다. 착한 일을 많이 행하면 경사가 따른다고 積善餘慶(적선여경)이란 말도 있다. 하지만 ‘사람은 구하면 앙분을 하고 짐승은 구하면 은혜를 한다’는 말이 더 와 닿는지 홀로 사는 가구가 많아지는 만큼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더 크게 증가한다고 한다. 동물을 사랑하더라도 주변의 더 어려운 이웃도 살피면 더욱 좋겠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