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견와계陶犬瓦鷄 – 흙으로 구운 개와 기와로 만든 닭, 겉만 그럴듯하고 쓸모없는 사람
도견와계(陶犬瓦鷄) – 흙으로 구운 개와 기와로 만든 닭, 겉만 그럴듯하고 쓸모없는 사람
질그릇 도(阝/8) 개 견(犬/0) 기와 와(瓦/0) 닭 계(鳥/10)
전통공예의 중요 부분을 차지하는 도자공예는 점토를 사용하여 陶器(도기), 瓷器(자기), 질그릇 등을 만든다. 이런 일에 종사하는 陶工(도공)들은 천변만화의 재주를 지닌 듯 작품을 빚어낸다. 도기를 만들거나 쇠를 주조하는 것이 陶冶(도야)인데 훌륭한 사람이 되도록 몸과 마음을 닦는 것을 가리킨다. 이들이 개와 닭을 만든다면 어떨까. 아무리 신기를 지녔더라도 흙으로 구워 만든 개(陶犬)와 기와로 만든 닭(瓦鷄)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는 없다. 개가 낯선 도둑을 향해 짖거나 닭이 새벽을 깨우는 울음을 울리가 없다. 외모만 그럴듯하고 실속이 없어 아무 곳에도 쓸모가 없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성어는 중국 南北朝(남북조) 시대(420~589) 梁(양)나라의 蕭繹(소역)이 지은 ‘金樓子(금루자)’에 실려 널리 전해졌다. 남조의 제3왕조였던 양은 武帝(무제)가 502년 세운 나라였는데 소역은 그의 일곱째 아들 元帝(원제)다. 개국 초기는 내정의 정비에 힘써 제법 기강이 잡혔지만 얼마 못가 반란으로 어지러웠다.
소역은 국토 대부분이 西魏(서위)로 넘어가고 인구도 3만 명이 안 되는 소국에서 시부 읽기를 그치지 않다가 성이 함락되며 죽음을 당했다고 한다. 그의 문집에 실린 구절을 보자. ‘무릇 질그릇으로 구운 개는 밤에 집을 지키지 못하며, 기와로 구운 닭은 새벽을 알리는 구실을 하지 못한다(陶犬無守夜之警 瓦鷄無司晨之益/ 도견무수야지경 와계무사신지익).’ 개나 닭 모양을 하고 있지만 실제의 구실을 하지 못한다는 뜻이 전하여 겉과 속이 다르거나 쓸모없는 것의 비유가 되었다. 土牛木馬(토우목마)와 같고 羊頭狗肉(양두구육), 夏爐冬扇(하로동선) 등과 뜻이 통한다.
직접 관련은 없어도 도공을 빗댄 명구가 있다. ‘옹기장이 집에는 깨진 동이를 쓰고, 기술자는 허름한 초옥에 산다(陶者用缺盆 匠人處狹廬/ 도자용결분 장인처협려).’ 淮南子(회남자)에 나온다. 宋(송)나라 梅堯臣(매요신)의 시 陶者(도자)는 숙연하다. ‘문 앞의 흙을 다 구워 내었건만, 자기 집 지붕에는 기와 한 조각 없네(陶盡門前土 屋上無片瓦/ 도진문전토 옥상무편와). 열 손가락에 진흙 한 점 묻히지 않고도, 고래등 같은 기와집에 사는 이 있건만(十指不霑泥 鱗鱗居大廈/ 십지부점니 인린거대하).’ 가진 자와 없는 자의 까마득한 간극을 꼬집었다.
말만 앞세우거나 겉만 번드르르하게 일을 벌이는 사람은 경계해야 한다. 훌륭한 겉모습에 반하여 맹탕인 속을 못 보게 되면 땅을 치며 후회한다. 의욕적으로 이것저것 손대기보다 하나하나 알차게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