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전오엽 이추성階前梧葉 已秋聲 - 섬돌 앞 오동나무 잎은 벌써 가을소리
계전오엽 이추성(階前梧葉 已秋聲) - 섬돌 앞 오동나무 잎은 벌써 가을소리
섬돌 계(阝/9) 앞 전(刂/7) 오동나무 오(木/7) 잎 엽(艹/9) 이미 이(己/0) 가을 추(禾/4) 소리 성(耳/11)
무척 무더웠던 여름을 보낸 지 얼마 안 돼 무르익은 가을을 즐길 때쯤 벌써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 축대에서 디디는 섬돌 앞의 오동나무 잎에서 벌써 가을소리가 난다는 이 구절은 朱子(주자)의 권학시 ‘偶成(우성)’의 마지막 부분이다. 첫 구가 바로 유명한 少年易老學難成(소년이로학난성)이다. 우연히 지었다는 이 시는 가을소리로 앞세웠을 뿐 계절을 말한 것은 아니다. 세월이 빨리 지나기 때문에 젊은이는 금방 늙는데 학문은 이루기 어려우니 그때그때를 놓치지 말고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勸學文(권학문)이다. 우리나라서도 지난 날 많은 학생이 암송했을 정도로 좋아했던 시이기도 하다.
중국 南宋(남송)의 대유학자 朱熹(주희)는 처음 불교와 도교에도 흥미를 가졌다가 20대 중반 유학에 복귀하여 주자로 불리며 주자학을 집대성했다. 주자의 이 시는 모두 4개의 구로 되어 간단하다. 하나하나가 독립된 명구로 세월의 덧없음과 젊은이에 시간을 아껴 학문에 힘쓸 것을 권장하고 있다. 전문을 보자. ‘소년은 금방 늙고 학문은 이루기 어려우니, 짧은 시간이라도 가벼이 여기지 말라. 못가에 돋은 풀들이 봄꿈에서 깨기도 전에, 섬돌 앞 오동나무 잎 벌써 가을소리로구나(少年易老學難成 一寸光陰不可輕 未覺池塘春草夢 階前梧葉已秋聲/ 소년이로학난성 일촌광음불가경 미각지당춘초몽 계전오엽이추성).’ 塘은 못 당.
산문으로 된 주자의 권학문이 더 있다. 더 직설적으로 깨우친다. ‘오늘 배우지 않고 내일이 있다고 이르지 말며, 금년에 배우지 않고 내년이 있다고 말하지 말라. 세월은 흘러가기만 하고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아아, 이미 늙었구나. 이 누구의 탓인가?(勿謂今日不學而有來日 勿謂今年不學而有來年 日月逝矣 歲不我延 嗚呼老矣 是誰之愆/ 물위금일불학이유내일 물위금년불학이유내년 일월서의 세불아연 오호노의 시수지건).’ 愆은 허물 건./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