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기방강血氣方剛 - 기운이 넘쳐 왕성하다.
혈기방강(血氣方剛) - 기운이 넘쳐 왕성하다.
피 혈(血/0) 기운 기(气/6) 모 방(方/0) 굳셀 강(刂/8)
‘건강한 몸은 정신의 사랑방이며 병든 몸은 감옥이다’, ‘건전한 정신은 건전한 신체에 머문다’. 건강에 대해서 잘 알려진 서양 격언이다. 건강한 사람은 자신이 병과는 무관할 것이라는 자만심을 갖기 쉽다. 하지만 건강의 고마움은 앓아보아야 절실히 느낀다. 성서에서도 말한다.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사람이 제 목숨을 무엇과 바꿀 수 있겠는가’(마태복음 16:26).
육체의 생명은 피에 있다는 말이 있듯이 살갗에 보이는 핏기인 血色(혈색)이 좋으면 건강해 보인다. 얼굴의 혈색만으로 건강상태를 판단하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말하지만, 혈액 순환이 잘 되면 모든 장기도 잘 돌아갈 터이니 건강이 따를 수밖에 없다. 피의 기운(血氣)이 넘쳐 왕성하다(方剛)는 것은 힘을 쓰고 활동하는 원기가 넘쳐난다는 뜻이기도 하다. 血氣方壯(혈기방장), 血氣旺盛(혈기왕성)이라 써도 같다. 왕성한 기운이 일을 처리하는데 원동력이 되는 반면 그것이 지나치면 탈이 난다고 선인들은 가르쳤다. 孔子(공자)의 말씀부터 보자.
‘論語(논어)’ 季氏(계씨) 편에 나오는 군자가 지켜야 할 세 가지를 君子三戒(군자삼계)로 강조한다. ‘젊어서는 혈기가 안정되지 않아 여색을 조심해야 한다. 장년이 되어 혈기가 왕성해지면 싸움을 조심한다. 늙게 되어 혈기가 쇠하면 물욕을 경계해야 한다(少之時 血氣未定 戒之在色 及其壯也 血氣方剛 戒之在鬪 及其老也 血氣旣衰 戒之在得/ 소지시 혈기미정 계지재색 급기장야 혈기방강 계지재투 급기로야 혈기기쇠 계지재득).’ 똑 같은 구절을 ‘明心寶鑑(명심보감)’의 正己(정기)편에서도 인용하여 가르치고 있다.
부질없는 여색과 턱없는 다툼을 멀리해야 한다는 가르침은 많다. 문제는 늙어서까지 손에 쥔 것을 놓지 않으려는 老貪(노탐)이다. 인생을 살아오면서 제법 많은 것을 이뤘을 어르신들이 조그만 이익을 갖고서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면 老醜(노추)다. 더 큰 재산을 일군 재벌급 회장들도 상속 문제로 꼼수를 부린다. 늙어서 많이 열수록 환영받는다고 하는 것이 지갑과 마음이라고 했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