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앙불괴俯仰不愧 - 구부리거나 하늘을 우러러도 부끄러움이 없다.
부앙불괴(俯仰不愧) - 구부리거나 하늘을 우러러도 부끄러움이 없다.
구부릴 부(亻/8) 우러를 앙(亻/4) 아닐 불(一/3) 부끄러울 괴(心/10)
인간만이 얼굴이 붉어지는 동물이며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는 羞恥心(수치심)은 모든 도덕의 원천이라고 현인들은 말한다. 남보다 능력이 부족해 열등감을 느끼거나 양심에 어긋나는 잘못을 저질렀을 때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부끄럽다.
항상 조심하며 자신을 채찍질하는 인품이 높은 사람이 있는 반면, ‘벼룩도 낯짝이 있다’는데 도대체 남에게 피해가 가는 짓을 하고도 厚顔無恥(후안무치)인 철면피도 있다. 부끄러움을 말할 때 먼저 떠오르는 시인이 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항상 생각한 민족시인 윤동주다.
우리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여 잘 알려진 그의 ‘序詩(서시)’의 앞부분을 보고서 바로 연상되는 것이 구부려 보거나 우러러 보거나(俯仰) 부끄러움이 없다(不愧)는 이 성어다. 俯仰無愧(부앙무괴)라 해도 같다. 性善說(성선설)을 주장한 孟子(맹자)는 인간의 도덕적 본성이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것이라 한다.
그의 책 ‘맹자’의 盡心(진심) 상편에 설명한다. 사람의 본심인 仁義禮智(인의예지)가 외부에 대응하여 나타난 四端之心(사단지심)을 바르게 기르는 것이 하늘을 섬기는 것이라 했다. 그러면서 뒷부분에 성어가 나오는 유명한 군자의 세 가지 즐거움(君子三樂/ 군자삼락)을 이야기하고 있다.
인격과 덕망을 갖춘 군자에게는 세 가지 즐거움이 있는데 천하를 다스리는 왕이 되는 것을 먼저 제외한다. 부모가 살아계시며 형제들이 무탈한 것이 첫째이고, 천하의 우수한 인재들을 얻어 가르치는 것이 세 번째로, 그 사이 문장을 보자.
‘위로는 하늘을 우러러 부끄럽지 않고, 아래로 굽어보아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것이 두 번째 즐거움(仰不愧於天 俯不怍於人 二樂也/ 앙불괴어천 부부작어인 이낙야)’이라 했다. 怍은 부끄러워할 작. 첫째와 셋째에 비해 부단히 수양해야 이뤄지는 두 번째 즐거움의 중요함을 알 수 있다. 군자의 세 가지로 시작하는 말이 다수 있는데 무식하고, 모르면서 배우지 않고, 배우고 실천하지 않는 것을 君子三憂(군자삼우)라 하는 등이다.
보통 사람들은 양심에 조금 거리끼는 짓을 하면 부끄럽다. 부끄러움을 잘 타는 사람은 내성적이라 자기 일만 하고 남의 앞에 잘 나서지 못한다. 앞장서서 일을 잘 처리하려면 적극적이고 외향적인 성격의 사람이 필요하다.
문제는 남을 위한다며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이 자주 부끄러움을 잊는다는 점이다. 다 그렇다는 것이 아니고 어제한 말과 오늘 말이 다르고, 큰소리치면 이긴다고 생각하고, 아랫사람은 괴롭혀도 괜찮다고 갑질을 일삼기 일쑤다. 심지어 범죄를 저지르고도 변명을 일삼고 남에게 덮어씌운다. 부끄러움을 알아야 사회가 건강하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