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래지식嗟來之食 - 무례하게 주는 음식, 진심이 없이 모욕적으로 주는 금품
차래지식(嗟來之食) - 무례하게 주는 음식, 진심이 없이 모욕적으로 주는 금품
탄식할 차(口/10) 올 래(人/6) 갈 지(丿/3) 밥 식(食/0)
모든 생물체는 먹어야 목숨을 유지한다. 衣食住(의식주)라 했지만 食(식)이 앞선다. 몹시 궁하면 보이는 것이 없다고 ‘사흘 굶으면 포도청의 담도 뛰어 넘는다’는 말이 나왔다. 배가 불러야 체면을 차릴 수 있으니 ‘수염이 대 자라도 먹어야 양반이다’란 속담은 그 다음에 이어졌다. 좀 나은 표현으로 음식을 사랑하는 것보다 성실한 것은 없고, 의식이 족해야 영욕을 안다고 했다.
옛날 못 살았을 때 먹을 것이 없어 구걸해야 할 경우 주인이 ‘동냥은 안 주고 쪽박만 깬다‘고 하면 사정하는 쪽의 심정은 어떨까. 하찮은 짐승일지라도 먹을 때는 건드리지 않는다는데 최소한의 자존심은 사라지고 반감만 남는다.
쪽박은 깨지 않더라도 얻어먹는 사람을 업신여겨 무례하게 음식을 주면 크게 나을 것도 없다. 탄식한다는 嗟(차)는 야! 이봐! 라고 하는 감탄사라고 하며 무례한 태도로 불러 먹으라고 한 음식을 나타냈다. 모자라는 것이 없는 사람은 조금이라도 베풀면 감지덕지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받는 사람은 고마울 리 없다.
진심이 없이 모욕적으로 주는 구호금품을 뜻하기도 하는 이 말이 유가의 경전 ‘禮記(예기)’에서 비롯됐으니 역사가 깊다. 고대 문물과 예의에 관한 방대한 기록인 이 책의 檀弓(단궁)편에 남에게 호의를 베풀 때도 예의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春秋時代(춘추시대) 齊(제)나라에 기근이 들어 굶주리는 사람이 많았다. 黔敖(검오)라는 부자가 이를 불쌍히 여겨 길가에 음식을 차려 놓고 나눠주고 있었다. 한 굶주린 사람이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얼굴을 소매로 가린 채 신발을 질질 끌고 왔다. 검오가 ‘이봐! 이리 와서 먹어(嗟 來食/ 차 래식)’라고 말했다.
사나이는 ‘내가 이런 모욕적인 음식을 먹지 않았기 때문에 이 꼴이 되었소(子唯不食嗟來之食 以至於斯也/ 자유불식차래지식 이지어사야)’라며 사과를 하려 해도 받지 않고 가다 쓰러져 죽었다. 明(명)나라 馮夢龍(풍몽룡)의 ‘東周列國志(동주열국지)’에도 魏(위)의 공신 樂羊(낙양)을 다그치는 부인의 가르침으로 인용한다. ‘지사는 도천의 물을 마시지 않고, 염치를 아는 사람은 남이 함부로 던져주는 음식을 먹지 않는 법입니다(志士不飲盜泉之水 廉者不受嗟來之食/ 지사불음도천지수 염자불수차래지식).’
사방 백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한 경주 최부자의 12대를 이은 선행이나, 흉년이 들었을 때 굶주린 사람들에게 누구나 쌀독을 열어 가져가도록 했다는 구례 운조루 쌀독은 가진 자의 마음씀씀이가 남달랐다.
옛날에 비해 풍족해진 오늘도 빈부의 격차는 더 커져 종종 아사자가 나타난다. 하층민을 구제하는 제도가 촘촘하다고 하지만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무례한 한 끼보다 죽음을 택하는 사람들이 나타날 수 있다. 자주 기부를 하여 주위의 칭송을 받는 사람들도 남이 모르는 선행이 더 값지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