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종자의 부활
◇ 한국 종자의 부활
엄연히 국내산인 채소·식품 중에서도 외국에 로열티를 내는 사례가 많다. 외국 종자 회사에 돈을 내고 씨앗을 수입하는 것이다. 과거 외환위기 때 국내 주요 종자 회사들이 외국에 매각되면서 토종 종자가 대거 넘어갔던 여파다.
많은 사람이 즐겨 찾는 청양고추도 종자의 소유권이 독일 바이엘에 있다. 중앙종묘가 1997년 외환위기 탓에 토종인 이 종자의 소유권을 미국 세미니스에 팔았고, 그 후 소유권이 미국 몬산토 등을 거쳐 바이엘로 넘어갔다. 지난해 기준 국산 종자 자급률은 채소 89.9%, 화훼 45%, 과수 17.5% 수준이다. 사과와 배도 20%가 안 된다. 양파와 양배추는 일본 종자 비중이 80%대 수준이라고 한다.
최근 들어 한국산 종자가 하나둘 부활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 등 정부 부처와 종자·유통업체가 2012년부터 국산 종자 개발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골든 시드 프로젝트’가 하나둘씩 결실을 보면서 성공 사례가 나오는 것이다. 국내 종자 회사가 자금을 지원받아 국산 종자를 개발하면 이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상품을 매입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농우바이오가 개발한 K-스타 양파, 조은종묘가 개발한 ‘홈런’ 양배추 등이 대표적이다. 국산 라온 파프리카 매출도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물론 대형 마트들의 해당 품목 매입량 확대가 큰 힘이 되고 있다. 바람직한 상생이다.
종자 주권에 대한 인식은 일본도 늦었다. 껍질째 먹는 씨 없는 청포도인 샤인머스캣이 대표적인 사례다. 원조인 일본이 품종을 개발하고도 2006년 자국에만 등록하는 바람에 한국 농가가 로열티를 내지 않고도 기를 수 있게 돼 지금은 한국이 수출 규모·재배 면적에서 일본을 크게 앞선다. 이런 일에 자극받아 일본은 지난 4월 종묘법을 개정해 일본산 과일 품종의 해외 유출을 금지하고 있다.
글로벌 시대에 우리가 사 먹는 채소·식품을 보면 이젠 태반이 외국산이다. 단지 신토불이가 아니라는 이유로 배척하다간 일반 가정의 식탁조차 차리기 어렵다. 그렇더라도 토종이던 종자가 외국으로 넘어가 돈을 주고 씨앗을 사오면서도 변변한 국산 종자가 없다면 말이 되지 않는다. 더구나 종자 산업은 세계적으로 연 5%씩 성장하는 유망산업이다. 한국 종자의 부활은 그래서 반갑다.
-문화일보 오후여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