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폐언 유인의大道廢焉 有仁義 - 큰 도가 무너지자 인의가 생겨났다.
대도폐언 유인의(大道廢焉 有仁義) - 큰 도가 무너지자 인의가 생겨났다.
큰 대(大/0) 길 도(辶/9) 폐할 폐(广/12) 어찌 언(灬/7)
있을 유(月/2) 어질 인(亻/2) 옳을 의(羊/7)
마음씨가 착하고 슬기로우며 덕이 높은 것이 仁(인)이다. 바른 도리로 옳게 나아가는 것이 義(의)다. 이 어질고 옳은 것을 합친 仁義(인의)는 유교에서 가장 중시하는 도덕의 핵심이었다. 중국 春秋戰國(춘추전국) 시대에 걸쳤던 周(주) 왕조의 봉건질서가 무너지면서 어질고 옳은 정치의 실천이 필요해지자 孔子(공자)는 인을 강조했고, 그를 이은 孟子(맹자)는 의를 주창했다.
‘오직 어진 사람만이 남을 좋아할 수도 있고, 남을 미워할 수 있다(唯仁者能好人 能惡人/ 유인자능호인 능오인)’는 論語(논어)와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은 인이고, 부끄럽게 여기는 마음이 의(惻隱之心仁也 羞惡之心義也/ 측은지심인야 수오지심의야)’라고 한 孟子(맹자)에서 차이를 말한다.
최상의 덕인 인을 앞세운 仁政(인정)을 강조한 공자, 옳고 그름을 마땅히 구분하여 인을 펼쳐야 한다는 맹자 등 어떠한 것이라도 백성에게 최상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인의를 못마땅하게 보는 시각도 있다. ‘큰 도가 무너지니까 인과 의가 있게 되었다(大道廢 有仁義/ 대도폐 유인의)’고 본 ‘道德經(도덕경)’에서다.
사람의 힘을 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無爲自然(무위자연)을 이상으로 본 老子(노자)는 원래의 큰 도가 사라진 후에 어질다느니 옳다느니 하는 인위적 분별이 생겨났다고 주장했다. 자연의 모습으로 사물을 보지 못하고 인간은 항상 자기중심으로 생각하고, 자기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며 변화시키려는 버릇이 있다는 것이다.
18장 俗薄章(속박장)에서 이어지는 내용도 보자. ‘슬기로운 지혜가 생겨나자 큰 거짓도 나타났다(智慧出 有大僞/ 지혜출 유대위), 가족 사이에 화목이 깨진 다음에 효도니 자애니 하는 말이 나왔고, 나라가 혼란에 빠지자 충신이라는 존재가 나타났다(六親不和 有孝慈 國家昏亂 有忠臣/ 육친불화 유효자 국가혼란 유충신).’ 무위자연의 도가 사라진 뒤 인의라는 것이 나타난 것과 같이 지혜라는 것이 있은 뒤에 거짓이란 개념도 생겨났다.
자연 그대로의 큰 도가 있다면 불화니 효도니 하는 구분이 있을 수 없고, 도가 사라진 뒤 나라가 혼란에 빠지자 충성된 신하와 불충한 신하가 구분되었다는 것도 같은 연유다.
이렇게 보면 사람이 마땅히 갖추어야 할 네 가지 성품 仁義禮智(인의예지)를 강조한 유교는 원래의 참된 것을 찾으려하기 보다 겉모습을 미화하는 것이 된다. 하지만 큰 도의로 돌아가는 것이 먼저냐, 그것이 마모되고 더럽혀진 인간에게 도덕으로 찾게 해 주는 것이 먼저냐 하는 것은 닭과 달걀의 순서를 따지는 것만큼 무의미할 수 있다.
지나치게 형식과 원칙에 얽매여 사회적 가치기준을 강조하다 보면 본질을 잊고 엉뚱한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항상 나만 옳다는 사리에 맞지 않는 언행이 난무하는 것도 이런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