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4일 일요일

파부균분破釜均分 - 가마솥을 깨드려 똑같이 나누다, 어리석은 욕심을 경계하다.

파부균분破釜均分 - 가마솥을 깨드려 똑같이 나누다, 어리석은 욕심을 경계하다.

파부균분(破釜均分) - 가마솥을 깨드려 똑같이 나누다, 어리석은 욕심을 경계하다.

깨뜨릴 파(石/5) 가마 부(金/2) 고를 균(土/4) 나눌 분(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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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을 깨뜨린다는 破釜(파부)라 할 때 破釜沈舟(파부침주)를 먼저 떠올릴 사람이 대부분이다. 전장에서 밥 지을 솥을 깨뜨리고 돌아갈 배를 가라앉혀 죽기 살기로 싸움에 임한다는 項羽(항우)의 고사가 유명하기 때문이다. 이보다 생소하지만 더 교훈이 되는 가마솥 깨기의 성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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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작은 가마솥 두 개를 똑 같이 나누기 위해(均分) 부순다면 두 개 모두 쓸 수가 없다.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는 심사가 아니라면 모두에 손해가 되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을 곳이다. 조선 전기 학자 徐居正(서거정)이 고대로부터의 일화 또는 한담을 엮어 저술한 ‘筆苑雜記(필원잡기)’에 수록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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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권에 실린 슬기로운 판결 이야기가 한문학자 정민 교수의 ‘옛사람이 건넨 네 글자’에 소개돼 널리 알려졌다. 내용은 이렇다. 咸禹治(함우치, 1408~1479)라는 형조판서, 좌우참찬 등을 역임한 문신이 전라감사로 있을 때 일이다. 양반집 가문의 형제가 크고 작은 가마솥을 두고 서로 큰 것을 가지려고 관청에 소송을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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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을 들은 감사가 크게 노해 아전에 가마솥을 가져오게 하고 명령했다. ‘마땅히 깨뜨려서 저울로 달아 양측에 나눠주도록 하라(當擊碎均其斤 兩而分之/ 당격쇄균기근 량이분지).’ 깨어진 쇳조각은 작은 가마솥보다 못한 것을 그제야 깨닫게 된 형제는 소송을 취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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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도 비슷한 판결 이야기가 薛宣斷縑(설선단겸, 縑은 합사비단 겸)이란 성어로 전한다. 前漢(전한)시대 臨淮(임회)란 지역에서 태수를 하고 있던 설선이 잘잘못을 명확히 해결하여 재판 기록서에도 남았다. 한 비단장수가 장으로 가다 소낙비를 만나 비단을 펼쳐 피하고 있을 때 한 사내가 흠뻑 젖은 채 같이 피하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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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개자 비를 피한 사나이가 비단이 자기 것이라고 우겨 시비가 벌어졌고 할 수없이 태수 설선에 주인을 가려 달라 했다. 설선이 비단을 잘라 나눠주고는 미행을 시킨 뒤 기뻐한 사나이를 족쳐 범행을 자백 받았다. 비단을 뺏긴 주인은 기분이 좋을 리 없어 범인을 가린 것이다. 일시적으로 좋아했던 사내는 목숨을 내놓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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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솥을 깨뜨려 반분하라는 판결에 형제는 정신을 차렸지만 비단 반을 공짜로 챙긴 범인은 어리석게도 모든 것을 잃었다. 구약성서 列王記(열왕기)에 등장하는 이스라엘의 제3대 솔로몬(Solomon)왕의 지혜가 칭송되는 이유도 슬기롭게 분쟁을 해결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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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한지 사흘이 되는 갓난애를 두고 두 여인이 서로 친 엄마라 주장했다. 아이를 두 동강 내서 반씩 갖도록 하라는 서슬 푸른 판결에 다른 여자 주라는 친모가 판명 났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서로 자기가 옳다고 우기기만 하니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솔로몬까지는 아니라도 명판관이 와야겠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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