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17일 일요일

축록자불견산逐鹿者不見山 – 사슴을 쫓는 사람은 산을 보지 못한다.

축록자불견산逐鹿者不見山 – 사슴을 쫓는 사람은 산을 보지 못한다.

축록자불견산(逐鹿者不見山) – 사슴을 쫓는 사람은 산을 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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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을 축(辶/7) 사슴 록(鹿/0) 놈 자(耂/5) 아닐 불(一/3) 볼 견(見/0) 메 산(山/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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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을 하면서 사슴을 쫓는 사람에게는 명산의 경치를 볼 여유가 없다. 이런 간단한 성어에 여러 가지 비유가 숨어 있다. 눈앞의 명예와 욕심에 눈이 멀어 사람된 도리를 저버린다, 이익에 눈이 팔려 자신에게 다가올 위험도 보지 못한다, 한 가지 일에 몰두해서 다른 일은 염두에 두지 않는다 등등의 경우에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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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움켜쥐기만 하면 다른 사람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攫金者不見人(확금자불견인)과 함께 대구로 많이 사용되는 말이다. 南宋(남송)의 선승 虛堂(허당) 智愚(지우, 1185~1269)의 법어를 기록한 책 ‘虛堂錄(허당록)’에서 비롯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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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취지의 비슷한 쓰임으로는 ‘淮南子(회남자)’에서다. 前漢(전한)의 7대 武帝(무제)때 淮南王(회남왕)이자 문학애호가였던 劉安(유안)이 빈객과 方術家(방술가) 수천 명의 도움을 받아서 편찬한 책이다. 說林訓(설림훈)편에 이런 구절이 있다. ‘짐승을 쫓는 사람은 큰 산을 보지 못한다. 밖으로 즐기고 욕심내는 것이 드러나면 밝은 것이 가려지기 때문이다(逐獸者目不見太山 嗜欲在外 則明所蔽矣/ 축수자목불견태산 기욕재외 즉명소폐의).’ 좀 더 가까운 뜻의 큰 사슴이란 말도 이어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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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을 쫓는 사람은 작은 토끼를 돌보지 않고, 천금의 재물을 얻으려는 사람은 푼돈을 다투지 않는다(逐鹿者不顧兎 決千金之貨者 不爭銖兩之價/ 축록자불고토 결천금지화자 부쟁수량지가)’. 역시 큰일을 이루려는 사람은 작은 일에는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을 비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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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뜻과는 약간 뜻을 달리 하지만 사슴을 뒤쫓는다는 逐鹿(축록)만을 떼어서 사용하면 제위나 정권 따위를 얻으려고 다투는 일을 가리킨다. 이 말에는 高祖(고조) 劉邦(유방)을 도와 통일에 큰 공을 세운 韓信(한신)의 책사 蒯通(괴통, 蒯는 황모 괴)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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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이 모반의 혐의를 받고 呂后(여후)의 꾐에 빠져 죽을 때 괴통의 책략을 쓰지 않은 것이 한이라고 했다. 유방이 괴통을 잡아들여 추달하자 秦(진)나라가 잃은 사슴을 모든 사람이 쫓았을 때 자신은 한신을 위했을 뿐 고조는 몰랐다고 했다. 통일제국 진나라가 잃은 것이 사슴이란 정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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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을 잡기 위한 중원의 사슴몰이가 한바탕 큰 바람을 일으켰다. 굳이 정권만이 아니라 앞날의 목표를 가지고 일을 추진하는 사람은 눈앞의 욕심만 쫓지 않고 큰 그림의 미래를 보아야 한다는 교훈을 새겨야겠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