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질기의諱疾忌醫 - 병을 숨기고 의사를 꺼리다, 충고에도 결점을 고치지 않다.
휘질기의(諱疾忌醫) - 병을 숨기고 의사를 꺼리다, 충고에도 결점을 고치지 않다.
숨길 휘(言/9) 병 질(疒/5) 꺼릴 기(心/3) 의원 의(酉/11)
모든 일은 작은 일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가 큰 일이 터지면 허둥지둥한다. ‘천하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데서 이루어지고, 천하의 큰일은 반드시 작은 일로부터 이루어진다(天下之難事必作於易 天下之大事必作於細/ 천하지난사필작어이 천하지대사필작어세).’ 韓非子(한비자)의 말이다. 자기 몸의 병도 마찬가지다. ‘모르면 약이요, 아는 게 병’이라지만 숨기지 않고 병자랑은 할수록 좋다는 말도 있다. 병의 증세를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말하면 좋은 치료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병을 숨기고(諱疾) 고쳐줄 의원을 꺼린다면(忌醫) 나을 수가 없다. 잘못이 있는데도 다른 사람의 충고를 듣지 않고 고치지 않음을 비유하는 성어다. 護疾忌醫(호질기의)도 같은 말이다.
北宋(북송)때의 성리학자 周敦頤(주돈이, 頤는 턱 이, 1017~1073)의 ‘周子通書(주자통서)’에 이 표현이 먼저 등장한다. ‘요즘 사람들은 잘못이 있어도 다른 사람들이 바로잡아주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병을 숨기면서 의원에게 보이지 않아 몸을 망치면서도 깨닫지 못하는 것과 같다 주돈이는 당시의 세태를 비판하며 전설적인 扁鵲(편작)의 이야기에서 따와 예를 들었다. ‘史記(사기)’ 편작 倉公(창공) 열전에 자세히 나온다.
죽어가는 사람을 일으켰다는 起死回生(기사회생)에서 소개한 대로 편작은 인도의 장수의 신 耆婆(기파)나 조선의 許浚(허준)과 같이 중국을 대표하는 명의다. 虢(괵, 虢은 나라 이름, 범발톱자국 괵)나라의 태자를 살려 소문이 자자한 편작을 齊(제)나라의 桓侯(환후)가 초청했다. 편작은 처음 보고 환후가 병이 있음을 알아챘다. 지금 치료가 필요하다고 해도 환후가 의원들은 병이 없는 사람에게 재주를 자랑한다면서 거절했다. 두 번째, 세 번째 갔을 때는 더 위중해졌지만 역시 치료를 거부했고 마침내 환후는 죽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