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19일 화요일

춘잠도사 사방진春蠶到死 絲方盡 - 봄누에는 죽어서야 실뽑기를 멈춘다, 연인을 향한 변치 않

춘잠도사 사방진春蠶到死 絲方盡 - 봄누에는 죽어서야 실뽑기를 멈춘다, 연인을 향한 변치 않는 애정

춘잠도사 사방진(春蠶到死 絲方盡) - 봄누에는 죽어서야 실뽑기를 멈춘다, 연인을 향한 변치 않는 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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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춘(日/5) 누에 잠(虫/18) 이를 도(刂/6) 죽을 사(歹/2) 실 사(糸/6) 모 방(方/0) 다할 진(皿/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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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나 글을 다듬고 꾸며 보다 아름답게 나타내는 修辭(수사) 중에서도 隱喩(은유)는 ‘내 마음은 호수’ 식으로 사물의 상태나 움직임을 암시적으로 표현해 이해가 어렵다. 직접적으로 주제를 드러내지 않고 암시적으로 나타내어 모호하고 난해한 시를 象徵詩(상징시)나 朦朧詩(몽롱시)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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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시)의 시대였던 중국의 唐(당)나라에서도 후기의 李商隱(이상은, 812~858)은 특히 복합적이고 함축적인 표현을 많이 사용한 시인으로 유명하다. 문구가 아름답고 음조가 멋지더라도 쉽게 이해하기는 어려운 시가 많지만 창작 기교 발전에는 큰 공헌을 했다는 평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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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막한 풍경이나 꼴불견 행위를 꼬집은 殺風景(살풍경)을 처음 나열한 사람이기도 한 이상은의 시 ‘無題(무제)’는 그 중에서도 많이 알려졌다. 봄철의 누에는 죽은 뒤에라야(春蠶到死) 비로소 실뽑기를 멈춘다(絲方盡)는 구절이 나오는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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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다할 때까지 연인을 향한 굳은 애정은 변치 않는다는 지고의 사랑을 나타냈다. 죽을 때까지 누에가 뽑는 실 絲(사)는 생각 思(사)와 음이 같아 이같이 다른 글자의 뜻도 함께 갖는 말을 雙關語(쌍관어)라 한다는데 은유의 방법이기도 하다. 이 시의 다른 부분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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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 누에 앞 구절은 ‘만날 때도 어렵더니 이별 또한 괴롭구나(相見時難別亦難/ 상견시난별역난), 봄바람이 잦아들자 온갖 꽃이 다 시든다(東風無力百花殘/ 동풍무력백화잔)’는 어쩔 수없이 헤어져야 하는 무력감을 나타냈다. ‘春蠶到死絲方盡(춘잠도사사방진)’에 이어지는 ‘촛불은 재가 되어서야 비로소 눈물이 마르네(蠟炬成灰淚始乾/ 납거성회루시건)’에도 생명이 다하는 순간까지 안간힘을 다해 사랑을 지키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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蠟은 밀 랍, 炬는 횃불 거, 납거는 밀랍으로 만든 양초를 말한다. 이상은의 이런 표현은 애정을 노래하고 있으면서도 대상은 여자인지 남자인지도 드러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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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가 실뽑기를 그칠 때까지, 양초가 눈물이 마를 때까지 어떤 일을 하겠다는 표현은 굳은 의지를 나타내기에 적합하다. 맡은 일을 끝까지 완수하겠다거나 나라를 위해서 온 몸을 바쳐 수호하겠다면 좋을 텐데 연애시 이외에는 별로 인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고 한 순간의 풋사랑이 아닌 남녀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위해서는 이런 다짐이 더욱 필요할 수도 있겠다. 목숨이 다할 때까지 殉愛(순애)의 이야기는 삭막한 현실이 아닌 고전에만 보이니 말이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