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저소정저釜底笑鼎底 - 가마 밑이 솥 밑을 검다 한다.
부저소정저(釜底笑鼎底) \xa0- 가마 밑이 솥 밑을 검다 한다.
가마 부(金/2) 밑 저(广/5) 웃음 소(竹/4) 솥 정(鼎/0) 밑 저(广/5)
보통 사람이건 성인이건 잘못을 저지른다. 차이가 있다면 자기의 잘못이 무엇인지 모르거나 잡아떼면 일반 사람이다. 그러면서 남의 잘못은 기막히게 들춰낸다. 제 눈에 있는 들보는 모르고 남의 눈에 있는 작은 티끌까지 훤히 보인다. 잘 보이지 않으면 불을 켜고 들춰낸다.
吹毛覓疵(취모멱자, 覓은 찾을 멱, 疵는 허물 자)가 그것이다. 인격을 갖춘 사람이면 과오를 저질렀을 때 곧 깨닫고 뉘우치며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다. ‘잘못을 저지르고 이를 고치지 않는 것이 진짜 과오(過而不改 是謂過矣/ 과이불개 시위과의)’라고 孔子(공자)님은 깨우쳤다.
자신의 허물이 큰 것은 모르고 남의 작은 결점을 들춰내어 비웃는 사람이 세상사에 널렸다. 그래서인지 속담이나 성어가 숱하다. 먼저 가마 밑(釜底)이 솥 밑을 검다고 비웃는다(笑鼎底)는 이 말이다. 속담 표현은 ‘가마 밑이 노구솥 밑을 검다 한다’이다. 큰 가마솥은 한 군데 있으면서 쉴 새 없이 불을 때므로 밑이 새까맣다.
놋쇠나 구리쇠로 만든 노구솥은 작아서 자유롭게 옮겨 걸고 자주 닦는다. 우리 속담을 한자로 번역한 ‘旬五志(순오지)’에는 이렇게 설명한다. ‘자기 자신의 허물은 열이나 되는데도 하나밖에 없는 남의 흠을 꼬집어 내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以比己有十訾而指人一訾/ 이비기유십자이지인일자).’\xa0
같은 말을 달리 표현한 것도 다수다. 釜底咎鼎底(부저구정저), 鼎底黑 釜底噱(정저흑 부저갹), 釜底鐺底 煤不胥詆(부저당저 매불서저) 등이다. 噱은 크게웃을 갹, 鐺은 솥 당, 詆는 꾸짖을 저. 같은 뜻의 다른 속담을 몇 개만 보자. ‘가랑잎이 솔잎더러 바스락거린다고 한다’, ‘겨울바람이 봄바람보고 춥다 한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 ‘숯이 검정 나무란다’, ‘ 뒷간 기둥이 물방앗간 기둥을 더럽다 한다’ 등이다.
성어로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이 孟子(맹자)의 五十步百步(오십보백보)이고 박쥐가 스스로를 보지 못하고 들보 위에 있는 제비를 비웃는다는 蝙蝠不自見 笑他梁上燕(편복부자견 소타량상연)이란 말도 있다. 蝙蝠(편복)은 박쥐를 말한다.
옥에도 티가 있고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은 없다. 남의 말 할 동안에 자신의 잘못을 찾아 반성하면 좋으련만 남의 흠을 들추는 재미를 포기하는 사람은 드물다. 남을 탓하는 것이 일상사이긴 하지만 남이 잘못해야 자기가 돋보이는 정치권에선 남 탓이 본업처럼 되었다. 일반 국민들에게 뻔히 보이는 잘못이라도 절대 인정하는 법이 없고 상대방에 덮어 씌울 궁리만 한다. 시끄럽지 않을 때가 오기는 올까.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