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5일 월요일

수심화열水深火熱 - 물은 깊고 불은 더욱 뜨겁다, 백성들의 극심한 고통

수심화열水深火熱 - 물은 깊고 불은 더욱 뜨겁다, 백성들의 극심한 고통

수심화열(水深火熱) - 물은 깊고 불은 더욱 뜨겁다, 백성들의 극심한 고통

물 수(水/0) 깊을 심(氵/8) 불 화(火/0) 더울 열(灬/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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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들이 몹시 곤궁하여 고통스러운 지경을 塗炭(도탄)에 빠졌다고 말한다. 진흙의 흙탕에 빠지고 숯불로 몸을 지지는 듯한 참상은 고대 중국의 폭군 桀紂(걸주)에 시달리던 백성들을 묘사했다. 물은 깊고(水深) 불길은 더욱 뜨겁다(火熱)는 말은 도탄에 비해 훨씬 고통이 덜할 것 같은데도 역시 백성들의 어려운 처지를 비유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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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깊어 빠져나오려고 허우적거릴수록 더 가라앉고, 꺼질 줄 모르고 타오르는 불길 속에 갇힌 것 같이 느낀다면 백성들의 고통이 적다고 할 수 없다. 이 성어는 악덕 군주의 학정을 실제 말한 것이 아니고 비유한 것으로 ‘孟子(맹자)’에서 비롯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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戰國時代(전국시대) 齊(제)나라와 燕(연)나라는 이웃한 나라로 모두 七雄(칠웅)에 들만큼 강성했다. 그런데 연나라에 무능한 噲王(쾌왕, 噲는 목구멍 쾌)이 들어섰을 때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왕권도 재상에 물려주는 등 나라는 극도로 혼란했다. 제나라 宣王(선왕)이 기회를 잡아 연나라를 침범하고 순식간에 점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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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왕은 무력을 동원하여 이웃 나라를 차지한 것에 대해 맹자에게 어떤지 의견을 물었다. 말 네 마리가 끄는 전차 萬乘(만승)을 부리는 천자가 다른 천자를 정복할 수 있었던 것은 하늘의 뜻이 아닌가 하며 은근히 동의를 구했다. 梁惠王(양혜왕) 下篇(하편)에 그 대답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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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령해서 연나라 사람들이 기뻐한다면 빼앗아 버리십시오(取之而燕民 悅則取之/ 취지이연민 열즉취지).’ 이렇게 말하며 옛날 주왕의 폭정에서 백성을 구한 武王(무왕)이 군대를 일으켰을 때 ‘대그릇에 담긴 밥과 병에 담은 음료를 가지고 왕의 군대를 환영(簞食壺漿 以迎王師/ 단사호장 이영왕사)’했던 예를 든다. 食은 먹을 식, 밥 사, 漿은 즙 장. 맹자는 그 이유를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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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과 불의 재난을 피하려고 했던 것인데(避水火也/ 피수화야), 만약 물이 더욱 깊어지고 불이 더욱 뜨거워진다면(如水益深 如火益熱/ 여수익심 여화익열) 역시 다른 데로 옮겨가 버릴 것입니다(亦運而已矣/ 역운이이의).’ 백성을 괴롭히는 군주는 끌어내릴 수 있어도 다시 되풀이되면 마찬가지가 된다고 강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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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세습제로 통치자가 이어지다 무왕이 殷(은)나라를 엎고 周(주)나라를 세운 것을 맹자는 革命(혁명)이라며 인정했다. 백성을 괴롭히는 천자는 放伐(방벌)이 천명에 따른 것이니 정당한 것으로 봤다. 어디까지나 백성들이 잘 살 수 있어야 하며 그렇지 않아 쫓겨난 경우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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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은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나라의 독재자가 더러 있지만 대부분 선거로 지도자를 뽑는다. 문제는 국민을 위한다며 민주적으로 뽑힌 나라도 표만 믿고 전횡을 부리는 경우 임기 동안은 물은 더 깊어지고 불은 더 뜨거워진다는 점이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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