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정산밀斫正刪密 – 똑바로 베고 빽빽하면 솎아내다.
작정산밀(斫正刪密) – 똑바로 베고 빽빽하면 솎아내다.
쪼갤 작(斤/5) 바를 정(止/1) 깎을 산(刂/5) 빽빽할 밀(宀/8)
쪼개다, 베다, 자르다는 뜻의 斫(작)은 長斫(장작)이라는 쓰임 외에 ‘아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성어 知斧斫足(지부작족)의 그 글자다. 깎다, 삭제하다는 뜻인 刪(산)은 필요 없는 글자를 지우는 刪削(산삭), 편지에서 인사는 생략한다는 뜻의 刪蔓(산만)에 쓰는 글자다. 깎고 자른다고 하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크루스테스(Procrustes)를 먼저 연상할 수 있다. 나그네를 집에 초대해 침대 길이에 맞춰 사람을 늘이거나 늘려 죽였다는 강도다. 하지만 바르게 베고(斫正) 빽빽한 것을 덜어내는 것(刪密)은 매화의 가지치기를 말했다.
淸(청)나라의 학자 겸 시인 龔自珍(공자진, 1792~1841, 龔은 공손할 공)의 유명한 산문 ‘病梅館記(병매관기)’의 구절에서 유래했다. 공자진은 외조부인 고증학자 段玉裁(단옥재)로부터 배워 당시 정치의 혼란상에 대해 울분을 토하는 시문을 많이 남겼다. 불의에 모든 사람이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을 만 마리의 말이 일제히 벙어리가 된다고 萬馬齊瘖(만마제음, 瘖은 벙어리 음)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공자진은 이 산문에서 문인화가들이 건강한 것 보다는 기울어지고 구부러진 병든 모습의 매화를 더 귀하게 여기는 세태를 비판하고 있다.\xa0
앞부분에서 매화는 굽은 것을 아름다움으로 삼기 때문에 곧으면 맵시가 없다고 하고, 비스듬히 기운 것을 볼만하다 하고, 성긴 것을 곱다고 하니 빽빽하면 모양이 없다고 하며 이어진다. 이러한 취미를 알아챈 업자들이 매화를 가만 둘리 없다. ‘바른 둥치를 잘라 옆가지를 배양하고, 촘촘한 것을 솎아내어 어린 가지를 죽이고, 곧은 것을 쳐 내서 생기를 억제하여, 비싼 값을 받게 했다(斫其正 養其旁條 刪其密 殀其稚枝 鋤其直 遏其生氣 以求重價/ 작기정 양기방조 산기밀 요기치지 서기직 알기생기 이구중가).’ 殀는 일찍죽을 요, 鋤는 호미 서, 遏은 막을 알.
공자진은 그래서 매화가 모두 병이 들었다면서 압제에서 해방시킨다고 병매관을 지어 돌봤다. 그는 매화만을 위해서였을까. 그랬다면 불필요한 부분을 잘라 더 잘 자라게 한다는 분재 애호가들에게 반발을 살 일이다. 그는 일정한 틀 속에서 인재를 구속하는 과거제를 비판하고 나아가 전제주의를 반대하며 인격의 해방을 갈망했다고 평가받는다. 제도를 바꾼다면서 함부로 없애고 붙이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 글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