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회명六悔銘 - 여섯 가지 뉘우칠 일에 대한 계율
육회명(六悔銘) - 여섯 가지 뉘우칠 일에 대한 계율
여섯 륙(八/2) 뉘우칠 회(心/7) 새길 명(金/6)
때에 맞춰 일을 처리하면 좋으련만 사람이 살아가다 보면 기회를 놓치고 뒤늦게 후회하는 일을 많이 본다. 성인이나 앞을 내다보는 예언자가 될 수 없는 보통 사람들은 그때 왜 그랬을까 하며 땅을 치지만 되돌릴 수 없을 때가 대부분이다. 엎지른 물은 다시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기회를 놓쳐서 별 볼 일 없게 되면 ‘파장에 수수엿 장수’ 신세가 된다. 그렇더라도 후회한다고 소용이 없다면서 후회만 해서는 앞날이 없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거나 ‘도둑맞고 사립 고친다’고 비아냥대더라도 잘못을 두 번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필요한 일이다.
가장 좋은 일은 좋은 자리에 있을 때, 잘 나갈 때 후회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인데 이게 어렵다. 어려운 것이 아니라 잘 알면서도 잘 잊고 까마득히 지나간다. 잘 알려진 朱子十悔(주자십회)와 함께 여섯 가지의 뉘우칠 일에 대한 계율, 즉 六悔銘(육회명)을 보면 더욱 그렇다. 보배로운 말과 글을 모아 옛날 서당에서 학동들에 가르치던 ‘明心寶鑑(명심보감)’에 실려 누구에게나 익었다. 고려 말기 명신 秋適(추적)이 편찬한 이 책의 存心(존심)편에 寇萊公(구래공)이 한 말이라면서 나온다. 구래공은 北宋(북송)의 정치가 겸 시인 寇準(구준, 961~1023)의 별칭이다.\xa0
내용을 보자. ‘관원은 사사롭고 굽은 일을 행하면 벼슬을 잃을 때 후회하고(官行私曲失時悔/ 관행사곡실시회), 부자는 검소하지 않으면 가난해졌을 때 후회하며(富不儉用貧時悔/ 부불검용빈시회), 어렸을 때 배우지 않으면 시기가 지났을 때 뉘우치고(學不少勤過時悔/ 학불소근과시회), 일을 보고 아니 배우면 필요할 때 뉘우치며(見事不學用時悔/ 견사불학용시회), 취한 뒤에 함부로 말하면 술이 깨었을 때 후회하고(醉後狂言醒時悔/ 취후광언성시회), 몸이 편안할 때 조심하지 않으면 병이 들었을 때 후회한다(安不將息病時悔/ 안불장식병시회).’\xa0
조선 英祖(영조)때의 대학자 李瀷(이익, 1681~1763, 瀷은 강이름 익)도 ‘星湖僿說(성호사설, 僿는 잘게 부술 사)’에서 육회명을 남겼다. ‘행동이 때에 못 미치면 지난 뒤에 후회하고(行不及時後時悔/ 행불급시후시회), 이익 보고 의를 잊으면 깨달을 때 후회하며(見利忘義覺時悔/ 견리망의각시회), 등 뒤에서 논단하면 면대할 때 뉘우치고(背人論短面時悔/ 배인론단면시회), 일을 처음에 못 살피면 실패할 때 뉘우치며(事不始審僨時悔/ 사불시심분시회), 분으로 인해 몸을 잊다 어려울 때 후회하고(因憤忘身難時悔/ 인분망신난시회), 농사에 게으르면 수확할 때 후회하네(農不務勤穡時悔/ 농불무근색시회).’ 僨은 넘어질 분. 두 육회명 모두 상식적으로 아는 일인데 실천이 어렵다. / 글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