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6일 화요일

무자가색務玆稼穡 - 씨 뿌리고 거두어 농사에 힘쓰다.

무자가색務玆稼穡 - 씨 뿌리고 거두어 농사에 힘쓰다.

무자가색(務玆稼穡) - 씨 뿌리고 거두어 농사에 힘쓰다.

힘쓸 무(力/9) 이 자(玄/5) 심을 가(禾/10) 거둘 색(禾/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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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가 천하 모든 사람들의 근본(農者天下之大本/ 농자천하지대본)’이란 말이 귀에 많이 익을 것이다. 요즘이야 농악 공연 때 펄럭이는 깃발에서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서 한두 세대 이전만 해도 농민이 다수고 농사가 가장 중시됐다. 이 말을 사시사철 계절 변화를 알아야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데서 하늘과 땅의 진리를 깨닫게 하려는 지혜가 담겼다고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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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든 이 말은 後漢(후한) 역사가 班固(반고)의 ‘漢書(한서)’에 백성을 다스리는 근본이 된다고 실린 부분에서 왔다. ‘농사는 천하의 큰 근본으로 백성들은 이에 의지하여 살아간다(農天下之大本也 民所恃以生也/ 농천하지대본야 민소시이생야).’ 文帝紀(문제기)에 있다. 恃는 믿을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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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들의 살아가는 근본인 농사를 위정자들이 중시하는 것은 당연하다. 農政(농정)을 통해 농토를 개간하고 식량을 자급자족해야 富國(부국)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백성들에게 근본인 농사에 힘써(務玆) 봄에 씨 뿌리고 가을에 거두는(稼穡)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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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성어는 ‘千字文(천자문)’에 나오는 구절이다. 중국 南朝(남조) 梁(양)나라의 周興嗣(주흥사)가 하룻밤에 다 쓰고 나니 머리가 허옇게 셌다고 白首文(백수문)이라고도 하며 옛날 학동들이 처음 배우는 교재였다. 입문서라 쉽게 여겨서는 안 되는 것이 250句(구)에 2구씩 125聯(련)으로 된 명시를 모아 아주 어려운 한자도 다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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天地玄黃(천지현황)에서 시작하여 4개 장으로 분류되는 1000자에서 네 번째인 處身治家之道(처신치가지도)에 성어가 나온다. ‘농사짓는 일로 나라 다스리는 근본을 삼아(治本於農/ 치본어농), 이에 씨 뿌리고 거두는 일에 힘쓰게 한다(務玆稼穡/ 무자가색)’로 짝이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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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을 稼(가)는 이삭이나 씨, 거둘 穡(색)은 수확한다는 것을 나타내다가 합쳐져 농사를 의미했다고 한다. ‘社稷署儀軌(사직서의궤)’란 조선시대 각종 의식을 기록한 책에서도 이 말이 등장한다. ‘좋은 종자를 내려주니 농사에 힘을 쓰고(誕降嘉種 務玆稼穡/ 탄강가종 무자가색), 온갖 곡식이잘 영그니 많은 백성이 두루 혜택을 받도다(百穀用成 群黎徧德/ 백곡용성 군려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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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가 천하의 근본에서 지금은 그렇게 중시하지 않는다 해도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음식이 가장 소중하다. 먹는 것을 하늘로 여긴다는 以食爲天(이식위천)이 그것이다. 먹는 음식이 노력을 곁들이지 않고 나오지 않으니 그 과정인 농사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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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기운이 오면 더운 여름이 가고 그렇게 결실을 맺은 곡식은 가을에 거두어들여 겨울에 갈무리한다는 구절 寒來暑往 秋收冬藏(한래서왕 추수동장)도 의미가 상통한다. 일상에서 아무런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좋은 결실만 욕심내지는 않는지 곰곰이 생각할 일이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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