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9일 토요일

득과차과得過且過 - 그럭저럭 되어가는 대로 살다, 한가하게 세월을 보내다.

득과차과得過且過 - 그럭저럭 되어가는 대로 살다, 한가하게 세월을 보내다.

득과차과(得過且過) - 그럭저럭 되어가는 대로 살다, 한가하게 세월을 보내다.

얻을 득(彳/8) 지날 과(辶/9) 또 차(一/4) 지날 과(辶/9)

일이나 행동을 적당히 하는 모양을 대충, 또는 대충대충이라 하는데 원래 大總(대총)에서 나왔다고 한다. 대강으로라도 전체를 모으고 거느린다는 뜻이 얼렁뚱땅 해치운다는 편의주의로 변했다. 자신의 능력에 넘치는 일은 아예 손대지 말아야 하는데 대충 했다가는 더 그르치게 된다. 그런데 아예 도전하지도 못할 처지라면 바람이 불고 물결이 치는 대로 그저 따라가기만 할 수밖에 없는 風打浪打(풍타낭타)가 된다.

굳은 의지와 기력이 없이 그럭저럭 되어가는 대로 사는 것을 뜻하는 것이 이대로 보내고(得過) 저대로 보내자(且過)라는 성어다. 별로 하는 일 없이 한가하게 세월을 보내는 것을 이르기도 한다.

이 말의 출전은 중국 元(원)나라말 明(명)나라 초의 학자 陶宗儀(도종의)가 지은 ‘輟耕錄(철경록)’이란 책이다. 당시의 법령과 병란에 관해 쓴 책이라는데 전설에 관한 언급 중에 나온다. 산시성山西省/ 산서성 북동부에 있는 불교의 성산 五臺山(오대산)에 寒號鳥(한호조)라고 하는 다리가 넷이고 날개는 있지만 날지 못하는 새가 살았다. 여름에는 봉황보다 낫다는 울음을 울다가 겨울에는 털이 빠진 초라한 모습으로 ‘이 때의 울음소리는 그럭저럭 지내면서 되는대로 살아가자(遂自鳴曰 得過且過)’로 들렸다. 겨울이 오면 고생할 줄 모르고 여름 한철 우쭐대다 몰락하는 행태를 비유했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李圭景(이규경, 1788~1856)의 ‘五洲衍文長箋散稿(오주연문장전산고)’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조선 후기 실학을 일으키는데 큰 공을 세운 李德懋(이덕무)의 손자답게 이규경의 이 책은 천문, 지리에서 조류와 어류까지 광범위하게 다룬 백과사전이다. 經史編(경사편) 禮記(예기)에 있는 氣候月令辨證說(기후월령변증설) 부분이다. 五靈山(오령산)에 발이 네 개인 닭과 같은 동물이 사는데 여름에는 깃털이 오색이라 ‘봉황도 나만 못해(鳳凰不如我/ 봉황불여아)’라며 울다가 동지가 되면 털이 빠져 ‘그럭저럭 지내자(得過且過/ 득과차과)’라 울며 괴로워한다고 했다.

이 새가 실제 존재하지는 않겠지만 교훈은 분명하다. 평소의 평온한 시절이 계속 이어질 줄 알고 위험 신호가 있어도 괜찮겠지 하다 사고가 나면 호들갑을 떤다. 어려움이 닥쳐도 얼렁뚱땅 수습을 하고선 또 잊는다. 풍자시의 천재 金笠(김립)이 꼬집은 대로다. ‘이대로 저대로 되어 가는대로, 바람 치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此竹彼竹化去竹 風打之竹浪打竹/ 차죽피죽화거죽 풍타지죽랑타죽)’ 살아간다. 하지만 이대로 가다간 미래가 없다. 어려움이 닥쳐 희망이 없는 젊은이들에겐 더욱 이런 습성을 물려줘선 안 된다. 바람이 불면 가장 먼저 엎드리는 것이 풀이지만 지나가면 또 가장 먼저 일어나 원상을 회복시킨다. / 글 : 안병화(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