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련황망流連荒亡 - 이곳저곳 놀러 다니며 깊이 빠지다.
유련황망(流連荒亡) - 이곳저곳 놀러 다니며 깊이 빠지다.
흐를 류(氵/7) 이을 련(辶/7) 거칠 황(艹/6) 망할 망(亠/1)
아무리 부지런한 사람도 중간에 적절한 휴식이 없다면 일의 능률을 올릴 수가 없다. 자동차왕 포드(Henry Ford)는 ‘일만 알고 휴식을 모르는 사람은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와 같다’고 했다. 휴식을 이렇게 예찬했다고 해서 물론 전부는 아니다. 노동 후의 휴식이 필요하지 노동 전의 그것까지 장려하지 않는다. 휴식은 좋은 일이지만 게으름이 항상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쉽게 비유한 말이 있다. 천하에서 가장 쉽게 자라는 식물이라도 하루만 햇볕을 쬐고 열흘 차게 하면 살아날 수 없다. 조금 일하고 오래 쉬거나 중단이 잦으면 성공과 거리가 멀다는 말이다. 一曝十寒(일폭십한)이라 한다.
노는 재미에 빠져 집에 돌아가지 않는 것이 流連(유련)이다. 사냥이나 주색의 즐거움에 빠지는 것이 荒亡(황망)이다. 두 말을 합쳐 이곳저곳을 놀러 다니며 주색과 유희에 빠져 본분을 잃는다는 뜻이다. 流連忘返(유련망반), 流連荒樂(유련황락)이라 해도 같다. 개인이 그렇게 해도 패가망신하는데 백성들의 윗사람인 왕이나 제후는 더욱 그래서는 안 된다고 한 ‘孟子(맹자)’의 인용에서 유래했다.
맹자의 두 번째 장인 梁惠王(양혜왕) 하편에 왕과 어진 정치에 관한 문답에서 나오는 이야기다. 魏(위)나라 왕인 惠王(혜왕)은 즉위한 뒤 大梁(대량)으로 천도했기 때문에 이렇게 불린다. 맹자가 齊(제)나라 宣王(선왕)을 만났을 때 현명한 사람의 즐거움에 대해 논했다. 백성을 위한 정치를 하게 되면 천자가 유람하는 것도 자신들을 돕는 것이라며 환영했다. 그러면서 晏子(안자)가 景公(경공)에게 한 말을 예로 든다. ‘뱃놀이를 하며 물살을 따라 가다 돌아오기를 잊는 것이 流(류), 물살을 거슬러 간 뒤 오지 않으면 連(련), 사냥에 빠져 싫증내지 않으면 荒(황), 술에 빠져 멈출 줄 모르면 亡(망)이라 합니다(從流下而忘反謂之流 從流上而忘反謂之連 從獸無厭謂之荒 樂酒無厭謂之亡/ 종류하이망반위지류 종류상이망반위지련 종수무염위지황 락주무염위지망).’
안자가 이런 말을 한 것은 이전의 왕이 이렇게 하지 않았으니 잘 다스려졌다고 했다. 맹자도 제후들이 앞장서 방탕한 놀음을 경계해야 한다며 이 내용을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반대로 노는 것이 무엇인지 모를 정도로 일을 많이 해 왔는데 이제 주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정해 생활을 즐기도록 했다. 일과 노동의 균형은 좋은데 직종별 세분하지 않은 급격한 적용으로 혼란이 많다고 한다. 무엇이든 균형이 중요하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