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8일 금요일

수주탄작隨株彈雀 - 값비싼 구슬로 참새를 쏘다.

수주탄작隨株彈雀 - 값비싼 구슬로 참새를 쏘다.

수주탄작(隨株彈雀) - 값비싼 구슬로 참새를 쏘다.

따를 수(阝/13) 그루 주(木/6) 탄알 탄(弓/12) 참새 작(隹/3)

조그만 일에 너무 많은 노력을 들였으나 결과는 보잘 것 없이 잃는 것이 더 많을 때 쓰이는 말은 많다. 비뚤어진 소의 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이게 된다는 矯角殺牛(교각살우)나 굽은 나무를 바루려다 나무를 못 쓰게 만든다는 矯枉過正(교왕과정) 등이 그것이다.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운다’와 ‘쥐 잡으려다가 쌀독 깬다’는 우리 속담은 더 명확한 뜻을 나타낸다. 적은 이익이나마 얻으려고 한 일이 그 방법이나 정도가 지나쳐 도리어 큰 손실을 입게 되었음을 비유적으로 나타냈다.

값비싼 구슬을 탄알로 사용하여 참새를 잡는다는 隨株彈雀은 이 같은 어리석음의 결정판이다. ‘莊子(장자)’ 讓王(양왕)편에 실려 전하는 이 성어의 수주는 춘추전국시대의 隨(수)나라 제후가 큰 상처를 입은 뱀을 구해준 보답으로 받은 夜光珠(야광주)를 가리킨다. 지름이 한 치나 되는 이 구슬은 완벽한 和氏之璧(화씨지벽)과 함께 隨株和璧(수주화벽)이라 칭해지는 천하제일의 보물인데 이것으로 조그만 참새를 잡았으니 그럴 만도 하다.

魯(노)나라의 哀公(애공)은 顔闔(안합, 闔은 문짝 합)이 도를 터득한 현자라는 말을 듣고 사람을 시켜 예물을 보내고 모셔오게 했다. 사자가 찾아가니 안합이 직접 맞이했다. 그런데 허술한 집에서 삼베옷을 입고 소에게 여물을 먹이는 모습을 보니 도저히 귀인이 아닌듯했다. 사자가 거듭 확인하고 예물을 바치니 안합은 잘못 들은 것일 수도 있다며 돌아가서 더 알아보고 오라고 돌려보냈다. 다시 찾은 사자는 그 자리에 안합을 볼 수 없었다. 진정으로 부귀를 싫어하는 안합이 멀리 사라진 뒤였던 까닭이다.

장자는 설명한다. 안합같은 사람도 있지만 어떤 사람들은 부귀공명을 위해 목숨까지 건다. 만약 진귀한 수후의 구슬로 천길 벼랑위의 참새를 쏜다면 그를 비웃을 것이다(以隨侯之珠 彈千仞之雀 世必笑之/ 이수후지주 탄천인지작 세필소지). 仞은 길 인.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