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형폐성吠形吠聲 – 개 한 마리가 형체를 보고 짖으면 다른 개들이 소리만 듣고 짖는다.
폐형폐성(吠形吠聲) – 개 한 마리가 형체를 보고 짖으면 다른 개들이 소리만 듣고 짖는다.
짖을 폐(口/4) 모양 형(彡/4) 짖을 폐(口/4) 소리 성(耳/11)
사람에겐 남을 본뜨거나 본받는 模倣(모방) 본능이 있어 인류문화가 발전해왔다. 인간은 모방의 천재이고 참된 모방은 가장 완전한 창조라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능력이나 처지는 고려하지 않고 뭔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따라 하기만 한다면 화를 자초한다. 줏대 없는 행동을 비꼬는 말은 많다. 우리 속담에 ‘거문고 인 놈이 춤을 추니 칼 쓴 자도 춤을 춘다’고 한 琵琶者舞 枷者亦舞(비파자무 가자역무)란 말과 비슷한 것이 ‘남이 장에 간다고 하니 거름 지고 나선다’, ‘숭어가 뛰니 망둥어도 뛴다’ 등등이다. 모두 능력이 미치지 못하는 자가 남의 행동을 주견 없이 무턱대고 따라하려 할 때 비유하는 말이다.
한자 성어도 못지않다. 가장 잘 알려진 附和雷同(부화뇌동) 말고도 주관도 없이 남이 하는 대로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應聲蟲(응성충)이란 말과 함께 한 마을에서 형체를 보고 짖는 개(吠形)의 소리만 듣고 나머지 개도 따라 짖는다(吠聲)는 이 말이다. 원래의 一犬吠形 百犬吠聲(일견폐형 백견폐성)이란 말을 줄여서 사용했다. 後漢(후한) 사람 王符(왕부, 85~163)가 쓴 ‘潛夫論(잠부론)’에는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고 덩달아서 이러쿵저러쿵 하는 사람들을 빗대 이 속언을 인용했다. 그는 출세지향의 당시 세태에 염증을 느껴 숨어사는 남자(潛夫)로 자처하며 벼슬길에 나서지 않았다. 賢難(현난)편에 나오는 내용을 보자. 어진 사람을 얻기 어려운 것이 현난인데 그 원인을 설명한다. 현자를 구하기 어려운 것은 ‘선을 수행하면 질시를 받고, 어짊을 행하면 시기를 받아 반드시 환난을 입기 때문(循善則見妬 行賢則見嫉/ 순선즉견투 행현즉견질)‘이며 속언의 ’개 한 마리가 그림자를 보고 짖으면 모든 개가 따라 짖는다(一犬吠形 百犬吠聲/ 일견폐형 백견폐성)‘는 것은 한 사람이 헛된 말을 전하면 많은 사람이 이를 사실인 줄 알고 전하기 때문이라 했다.
조용한 산골 마을에 낯선 인기척을 들은 개가 짖는 것은 외부의 침입을 막기 위한 것이다. 처음 일을 헤쳐 나가는 사람에게 어떤 내용인지도 모르고 따르거나 또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반대부터 하는 자가 있다. 이런 사람이 많을수록 사회가 혼탁해지고 발전이 더딜 것임은 분명하다. / 제공 : 안병화 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