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제일天下第一 - 하늘 아래 온 세상
천하제일(天下第一) - 하늘 아래 온 세상
하늘 천(大/1) 아래 하(一/2) 차례 제(竹/5) 한 일(一/0)
天下(천하)는 글자 그대로 하늘 아래 온 세상, 모든 사람이 사는 세상을 가리킨다. 여기에서 온 세상 또는 한 나라가 한 정권 밑에 들어가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천하라는 말이 앞에 붙거나 뒤에 붙어 만들어진 성어는 숱하다. 몇 개만 봐도 天下無敵(천하무적), 天下無雙(천하무쌍), 天下壯士(천하장사) 등이 앞에, 三日天下(삼일천하), 女人天下(여인천하), 周遊天下(주유천하) 등이 뒤에 붙는 경우다. 매우 드문 일이나 뛰어난 기량이 세상에서 비길 데가 없을 때 天下一色(천하일색), 天下一品(천하일품) 등으로 쓰기도 한다.
세상에 견줄 만한 것이 없이 하늘 아래(天下) 가장 앞서간다는(第一) 이 성어는 글자대로 풀면 되는데도 고사라기보다 먼저 사용된 일화가 따라 흥미롭다. 前漢(전한) 시대 유명학자로 賈誼(가의, 서기전200~168)라는 사람이 있다. 시문에 뛰어나고 제자백가에 정통하여 18세 때 벌써 문명을 떨쳤다. 당시 그가 살던 河南(하남) 지역의 태수는 가의의 명성을 듣고 그를 휘하에 두고 매우 아꼈다. 5대 文帝(문제)가 즉위한 뒤 얼마 되지 않아 吳(오)씨 성을 가진 하남 태수의 선정 소식을 듣고 흡족했다.
‘정사를 잘 처리하고 백성들을 편안하게 잘 하는데 천하제일(治平爲天下第一/ 치평위천하제일)’이란 평이었다. 거기에다 秦(진)을 개혁했던 李斯(이사)와 같은 고향이고 문하서 배웠다는 말을 듣고선 조정으로 불러들여 법률을 관장하는 正尉(정위)라는 직책을 맡겼다. 오정위는 관직을 받을 때 데리고 있던 가의를 황제에게 천거했다. 젊은 나이에 학문이 높아 자신보다 앞서는 천하제일이란 말이었다. 문제의 발탁에 의해 가의는 약관에 박사가 됐고, 법령, 관제, 예악 등의 정비에 힘을 기울였다. 周勃(주발) 등 고관들의 견제를 받아 좌천됐다가 복귀하여 막내 왕자의 태부가 됐다. 하지만 말로는 좋지 않아 왕자가 낙마하여 급서한 뒤로 자신의 부주의를 한탄하며 1년 간 애도하다 33살의 나이로 세상을 떴다. ‘史記(사기)’ 屈原賈生(굴원가생) 열전에 실려 있다.
세상에서 제일이라면 두려울 것이 없다. 앞으로 나아갈 일만 남았다. 하지만 모두가 제일이 될 수가 없고 오래 유지되기도 어렵다. 제일이 존재하려면 그 뒤로 무수히 많은 2위, 3위부터 보통 사람들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앞서 나가는 것만 제일로 치고 경쟁을 부추기면 올림픽에서 세계 2위인 은메달을 따고도 고개를 숙이는 것 같은 안타까움만 남는다. / 제공 : 안병화 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