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언여황巧言如簧 - 교묘하게 꾸며 듣기 좋은 말
교언여황(巧言如簧) - 교묘하게 꾸며 듣기 좋은 말
공교할 교(工/2) 말씀 언(言/0) 같을 여(女/3) 생황 황(竹/12)
말은 적어도 탈이고 많아도 탈이다. 침묵은 금이고 웅변이라며 말이 없는 것을 예찬한다. 그러나 미련한 자도 잠잠하면 지혜로운 자로 여기는 줄 안다고 비꼼을 당하니 좋은 것도 아니다. 속으로 육두 벼슬을 하고 있어도 말 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니 필요할 때는 해야 한다. 이것이 지나쳐 할 말 안할 말 늘어놓을 때는 ‘말이 많으면 쓸 말이 적다’는 소리 들으니 어렵긴 어렵다.
때와 장소를 가려 핵심을 찌르며 말을 잘 하는 사람을 옛날 중국의 변설가 이름을 따 蘇秦(소진) 張儀(장의)라며 부러워한다. 웅변을 잘 하는 사람은 말이 폭포수에서 떨어지는 것 같다며 口若懸河(구약현하)라고 칭찬한다.
아무리 듣기 좋은 말이라도 내용이 없거나 윗사람에게 귀에 쏙 들어갈 말만 한다면 누구나 욕을 한다. 그래도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은 귀에 거슬리는 옳은 소리하는 부하는 멀리 하고 살살거리는 자를 가까이한다. 까마득한 중국의 시 모음집 ‘詩經(시경)’에서 부터 교묘하게 꾸민 말(巧言)은 관악기 笙簧(생황) 소리와 같이(如簧) 듣기 좋다는 말이 나온다. 궁중 제사나 잔치 때 사용되던 음악이라는 小雅(소아)편의 節南山之什(절남산지십, 什은 열사람 십) 10편중에서 巧言(교언)에 들어 있다. 참언으로 쫓겨난 벼슬아치가 소인들에 휘둘리는 임금을 풍자하고 자신의 처지를 읊은 내용으로 왕은 폭군 幽王(유왕)이란 해석이다.
모두 여섯 장 가운데 다섯 번째 장의 뒷부분만 보자. ‘허황한 큰 소리를 되는대로 지껄이고, 생황소리 같은 교묘한 말은 낯 두꺼운 사람이 마구 지껄이지(蛇蛇碩言 出自口矣 巧言如簧 顔之厚矣/ 이이석언 출자구의 교언여황 안지후의).’ 뱀 蛇(사)는 자랑할 訑(이)와 같다. 말 잘 꾸미는 자가 낯도 두껍다고 顔厚(안후)란 말과 같이 나오는 것이 흥미롭다. 巧舌如簧(교설여황)이라 해도 같다.
孔子(공자)도 듣기 좋게 꾸민 말에 대해 말을 남겼다. ‘論語(논어)’ 學而(학이)편의 3장에 나오는 ‘듣기 좋게만 말하고 얼굴 표정을 잘 꾸미는 사람에게는 어진 사람이 드물다(巧言令色 鮮矣仁/ 교언영색 선의인)’가 그것이다. 말이건 표정이건 잘 꾸미면 아첨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다.
실속 없는 사람이 더 떠든다고 ‘속이 빈 깡통이 소리만 요란하다’는 말을 한다. 그런데 말도 잘 하고 내용도 알차게 잘 하는 사람들이 남을 위해 일을 하겠다고 나서는 경우가 있다. 크고 작은 각종 선거 때 후보자들의 말만 들으면 더 이상 할 일이 없고, 벌써 살기 좋은 나라가 됐을 법하다. 하지만 돌아서면 나몰라 이고, 내용이 좋은 만큼 실천이 되는 일이 적다. 公約(공약)을 찬찬히 뜯어보고 空約(공약)이 된 말이 무엇인지 책임을 물어야 허황된 말이 나오지 않는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