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17일 일요일

단이감행 귀신피지斷而敢行 鬼神避之 - 뜻한 바를 과감하게 실행하면 귀신도 길을 비켜준다.

단이감행 귀신피지斷而敢行 鬼神避之 - 뜻한 바를 과감하게 실행하면 귀신도 길을 비켜준다.

단이감행 귀신피지(斷而敢行 鬼神避之) - 뜻한 바를 과감하게 실행하면 귀신도 길을 비켜준다.

끊을 단(斤/14) 말이을 이(而/0) 감히 감(攵/8) 다닐 행(行/0) 귀신 귀(鬼/0) 귀신 신(示/5) 피할 피(辶/13) 갈 지(丿/3)

한 가지 일에 꾸준히 노력을 기울이면 못 이룰 일이 없다.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들고, 愚公(우공)이 대를 이으면 산까지 옮긴다고 磨斧作針(마부작침)이나 愚公移山(우공이산) 등 숱한 성어가 내려온다. 쉬우면서도 가슴에 와 닿는 말로는 ‘한 가지 일에 집중하면 무슨 일이든 못 이룰 일이 없다(精神一到 何事不成/ 정신일도 하사불성)’라는 명구가 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뜻한 바를 용감하게 밀고 나가면(斷而敢行), 귀신까지도 피하여 달아남으로써(鬼神避之) 일을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는 좋은 말이 있다. 하지만 이것은 중국 간신의 대명사 趙高(조고)가 음모를 밀고나갈 때 쓴 말이라 꺼림칙한데 이제는 좋은 뜻으로 받아쓴다.

중국 秦始皇(진시황)이 처음 통일의 대업을 이룩하게 된 이면에는 李斯(이사)를 승상으로 임명한 것에 있다. 楚(초)나라 법가 사상가인 이사는 화폐와 도량형을 통일하여 강력한 중앙집권체제를 완비하는데 큰 업적을 남겼다.

泰山不辭土壤(태산불사토양)이라며 타국의 인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이사였다. 하지만 그에게 오욕의 이름이 더 크게 남은 것은 문화말살 정책인 焚書坑儒(분서갱유)를 주도했고, 진시황의 사후에 제위를 장남 아닌 胡亥(호해)를 옹립하려 한 환관 조고의 음모에 못 이긴 척하며 가담한 행위였다.

‘史記(사기)’ 이사 열전에 조고가 말한 성어의 내용이 나온다. 진시황이 순행 중 맏아들 扶蘇(부소)에 보내는 편지를 맡기고 세상을 떠나자 수행하던 조고가 사실을 숨기고 어리석은 호해를 구슬렸다. 처음에는 호해가 형을 내치고 아버지의 명을 받들지 않으면 천하가 복종하지 않을 것이라며 반대했다.

조고는 작은 일에 구애되어 큰일을 잊으면 후일 반드시 후회하게 된다며 잇는다. ‘과감히 결단을 내려 행동하면 귀신도 이를 무서워 달아나고 뒤에 반드시 성공합니다(斷而敢行 鬼神避之 後有成功/ 단이감행 귀신피지 후유성공).’ 호해를 설득한 뒤 이사에게도 승상 자리에 물러나면 영화가 사라진다며 강요하여 승낙을 받았다.

호해가 2세 황제가 된 뒤 조고는 指鹿爲馬(지록위마)의 간계로 전권을 장악하고 이사도 요참형에 처했다. 이후 조고도 물론 제위에 오르려다 3세 子嬰(자영)에게 삼족을 멸하는 벌을 받았다.

목적을 위해 꾸준히 앞으로 나가 큰 성공을 거두는 것은 좋다. 불의의 온갖 음모로 모두가 부러워하는 성취를 이뤘지만 조고와 같이 얼마 안 가서 나락의 길을 걸을 수 있다. 귀신도 무서워 할 정도로 단호하게 일을 처리하는 태도만 본받을 일이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